재선급 이상의 의원들이 순번을 정해 추대되는 것이 관례였던 한나라당 시 · 도당 위원장 선출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 · 도당 위원장 선출이 과열된 데는 내년 총선을 둘러싼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일단 시 · 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되면 차기 총선 공천에서 절대 유리하다. 한 의원은 "각 시 · 도당 위원장은 총선 공천과 관련해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 직 · 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 경우 자신의 공천권은 물론 가까운 인사 몇 명 정도는 챙겨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시 · 도당 위원장에 선출되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의원 확보를 위한 지역조직 정비에 관여할 여지가 많아 대선 경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차기 시 · 도당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일부 지역의 위원장 경선은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는 등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고 있다.

26일 열린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에서는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종구 의원(재선)이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전여옥 의원(재선)을 제치고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 의원은 588표를 얻어 542표를 얻은 전 의원에 신승을 거뒀다.

부산에서는 친박계인 유기준(재선),현기환 의원(초선)과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초선)이 맞붙었다. 여기에 원외인 최거훈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경선에 참여해 오는 29일 경선을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친이계 이병석 의원(3선)과 친박계 최경환 의원(재선)이 격돌하고 있는 경북도당 위원장 선거와 관련,도당은 경선보다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자는 원칙에 합의했다. 경북지역 한 의원은 "경북지역 '4인 협의체'가 27일까지 단일화 논의를 진행해 여기서 1명의 후보를 추천할 경우 다른 후보는 이에 승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친이계인 이군현 의원(재선)의 추대로 정리되는 듯했던 경남도당 위원장은 원외 위원장들의 가세로 경선을 통해 선출할 예정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