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주식을 시가보다 30% 정도 낮게 팔면 서민들에게 시세차익을 안겨주면서 민영화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공식 제안해 당론 추인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우리금융 매각에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런 고육책까지 나왔다고 이해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국민주를 통한 민영화는 외견상 그럴 듯해 보일지 몰라도 이미 오래전에 실패작으로 판명됐다. 노태우 정부가 1988년과 1989년에 각각 실행했던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한전 국민주가 그런 사례다. 정부 지분을 싸게 팔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해 주식을 샀던 국민들이 몇년 동안 낭패를 겪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생리도 모르고 마치 공짜 쿠폰을 선물하듯 국민주를 주면 시세 차익이 생길 것이라는 발상부터가 너무 순진하다. 게다가 매각주식의 50%를 월소득 115만원의 저소득층에게 배정하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주식투자를 위해 대출 빚을 더 늘리게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어이가 없다. 이렇게 해서 소득을 재분배할 요량이라면 차라리 지금 상태로 두고 정부가 배당금을 받아 서민들을 위해 쓰는 게 낫지 않나.

정부와 해당기업 주주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민영화의 큰 원칙은 무너지고 기존 소액주주들은 국민주 발행물량만큼 리스크가 커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또 해당기업은 취약한 지분구조로 만성적인 경영권 불안을 겪게 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많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 수익이라는 것도 환상이다. 서민들에게 시세차익의 맛을 들여 나중에 패가망신하는 것은 누가 책임질 수 있나. 정치인들은 왜 이다지도 공부를 하지 않나. 차라리 로또를 한 장씩 주자는 주장이라면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