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이 '금강산 관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9일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대 관계자는 "1년반 만에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라며 "통일부에서 '당면 문제'를 협의한다고 명시한 만큼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7월11일 북한군에 의해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살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북측이 막무가내식으로 묵살한 탓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9년 8월 방북,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지난해 2월엔 개성에서 남북 관광재개 실무회담을 가졌지만 북측의 무력 도발과 맞물려 사태는 더 복잡해졌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달러가 포탄으로 되돌아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대북 경제협력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아산 관계자는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사건 뒤인 지난해 4월 말엔 현대아산의 외금강 주요 시설 등 부동산과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현대그룹이 가진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는 억지까지 부렸다.

현대아산 매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관광 중단 이후 6월 말까지 3년여간 누적 매출 손실이 3900억원에 이르며,직원 수도 10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70% 줄었다. 그나마 남은 직원들도 5~10%씩의 급여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당국 간 협상이 성사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을 둘러싼 북한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남북 당국 간 큰 틀의 합의가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회담이 열려도 북측이 사과 등 진정성을 보여야 사태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다고 기대를 모두 접고 남북간 민간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이유정 산업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