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축통화 달러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국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초래될 것"이라며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자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약세로 치달았다. 원 · 달러 환율도 하락을 지속하면서 균형환율 수준에 근접,자칫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중소기업은 수출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위안화가치 사상 최고

중국 인민은행은 26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033위안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한 달러당 6.4470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22일에 이어 다시 한번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4391위안으로 추가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22일 6.4495위안으로 2005년 7월21일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6.44위안대로 떨어진 뒤 25일 6.4503위안까지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경제와 달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통화로 인식되는 엔화와 스위스프랑의 가치도 치솟았다. 이날 엔 · 달러 환율은 78.28엔으로 전날보다 0.3%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장중 한때는 77.8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 환율은 전날보다 1.7%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0.8060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3% 하락했다.

◆원 · 달러 환율 급락…대외균형 붕괴 우려

26일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10전 내린 달러당 1051원10전으로 마감했다. 2008년 8월20일 1049원30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지난 22일(1051원90전)에 이어 다시 한번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률과 재정건전성 등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원화가 비교적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미세조정에 나서 105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며 "하지만 1050원이 깨지고 나면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1020~1030원대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은 이미 균형환율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경제변수를 활용해 추정한 원 · 달러 균형환율은 1022~1054원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나 적자를 내지 않고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율이 1022~1054원이라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원 · 달러 환율이 1084원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승호/임기훈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