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며 기존 주유소보다 기름을 싸게 파는 '대안 주유소'를 육성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기름값 인하를 위해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기존 석유 유통구조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 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전국의 주유소 숫자가 약 1만300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안 주유소를 1300개가량 세우겠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이를 위해 이날 대형마트 석유협회 주유소협회 한국석유공사 등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지경부에 따르면 대안 주유소는 '원가 절감형'으로 운영된다. 주유소 부지는 공공주차장 같은 국 · 공유지나 대단지 아파트 조성을 위한 공영개발택지를 활용해 초기 투자비를 낮춘다. 기름 공급은 석유공사 등 대형 공기업이 맡는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직접 석유제품을 사들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사은품 세차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고 셀프 주유 개념을 도입,원가를 줄일 방침이다. 대안 주유소 참여업체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도 마련된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대안 주유소는 공익단체,공공기관,대기업,소상공인 등 공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기존 주유소보다 ℓ당 70원가량 낮은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환경기준을 완화해 연내 대안 주유소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경부의 이 같은 구상은 정유사와 주유소에 기름값을 낮추도록 간접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류세는 안 내린 채 업계만 압박한다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안 주유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석유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수송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지만 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아서다. 수익 보장을 위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선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안 주유소라고 해도 이윤 없이 팔 수는 없다"며 "다른 주유소에 비해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경부는 대안 주유소 설립과 함께 현재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허용돼 있는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