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대체거래시스템) 국내 도입이 결정되면서 금융투자 회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기회를 잡은 셈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와 해외 사업자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초기 최소 2곳 이상 설립될 듯

이번 금융위원회의 ATS 도입 내용 중 가장 눈의 띄는 것은 지분 한도다. 개인은 15%, 금융기관은 30%까지 지분을 보유하는 게 가능하다. 단 30%까지 지분을 확보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이현 키움증권 부사장은 "ATS에 관심 있는 금융기관은 당연히 지분 30%를 취득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희망자 상당수가 30%를 다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초기 복수의 ATS 출범이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등은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ATS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도 넋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추후 ATS가 복수거래소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어 더욱 그렇다. 금융위원회는 전체 주식시장 거래대금의 10% 이상이 ATS에서 체결될 경우 '제 2의 거래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소형 증권사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어서 해볼만 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본금 500억원짜리 법인에 10% 출자해도 50억원인데, 이 정도는 중소형 증권사도 출현 가능한 금액이다. '일단 발은 담그고 보자'는 식으로 중소형사도 ATS에 뛰어들 수 있다.

여기에 해외 금융기관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실제 최근 유럽 최대 ATS 업체 차이엑스글로벌의 토니 매케이 회장은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와 ATS 관련 미팅을 가졌다. 차이엑스글로벌에 출자한 외국계 IB(투자은행)들도 국내 ATS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러니 우후죽순 ATS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그렇다.

최근 열린 자본시장법 개장안 관련 세미나에서 박종길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국내 주식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초기에 ATS가 난립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 부사장은 "하겠다는 사업자 중 일부만 선별하는 것은 (특혜 시비가 있어)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 해외 ATS 사업자와 국내 증권사 합작 형태 가능성

이제 막 밑그림이 나와 어떤 형태로 ATS가 실제 설립될 지 가늠하긴 힘들다. 유력한 ATS 사업자 후보인 대형 증권사들도 물밑에서만 작업 중이다.

다만 지분 제한이 있는 만큼 컨소시엄 구성은 필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증권사 간 '합종연횡' △해외 ATS 사업자와 국내 증권사간 합작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 등이 거론된다.

이 중 해외 ATS 사업자와 국내 증권사간 합작 형태가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국내 대형 증권사와 해외 금융기관이 ATS와 관련한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내·외국인 모두에 ATS 문을 열어뒀기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TS가 정말 돈 되는 사업인지는 아직까지 '물음표'다. 누구도 확신하고 있지는 못하다. 최영재 우리투자증권 전략기획실 차장은 "해외 시장의 경우 ATS 진입장벽이 낮아 너무 많이 생겼고, 이 때문에 상당수 ATS가 적자 상태"라고 전했다.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도 "심도있는 검토를 해봐야 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개정안만 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ATS가 정규 거래소와 경쟁해서 이길만한 요인이 없다는 주장이다.

주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민영 기관으로 풀려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해외 선진 거래소들도 M&A(인수ㆍ합병)가 활발한 마당에 한국거래소만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남아선 경쟁력이 없다"며 "ATS가 자리를 잘 잡아서 정규 거래소로 승격돼 복수거래소 체제로 가고 한국거래소와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