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성장과 신생 브랜드의 잇따른 진입으로 경쟁열기가 치열했던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올해 들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화장품의 더샘, 엔프라니의 홀리카홀리카, 더페이스샵 창업주가 세운 네이처리퍼블릭이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지난해 7월 야심차게 시작한 더샘은 이달 기준 매장수 83곳으로 지난해 말 매장 64곳에서 19곳 늘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장수 85곳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달성하지 못했고 올해 매장수 목표 130곳도 현재 속도라면 이뤄질 지 불투명하다.

이 회사는 특히 논현동 임대사옥을 다음달 중으로 서린동 한국화장품 본사로 옮길 계획이며 100명 규모의 직원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로드숍으로 런칭해 더샘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홀리카홀리카 역시 매장수 확대에 신중한 모습이다.

홀리카홀리카는 이달 현재 매장수 38곳으로 지난해 말 37곳에서 단 한 곳만 늘어난 상황이다.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시장에 선보여 당시 로드숍 1위였던 미샤를 제치며 이목을 끌었던 정운호 씨가 새롭게 내놓은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4월 런칭한 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적자 11억원이 지난해에는 적자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1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며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았지만 창업주의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역시 성장세가 더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현재 매장수는 180곳, 올 상반기 자체 집계한 매출은 370억원이다.

이처럼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올해 2분기 매출 8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743억원보다 11% 가량 늘었다.

이는 2분기가 여름철로 접어드는 화장품 비수기인데다 지난해 2분기 연간 매출 성장률이 12.6%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특히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가 모두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현재 매장수는 393곳이다.

특히 에뛰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천616억원으로 연간 40.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샘의 한 관계자는 "매장수 늘리기만이 성장의 지표는 아니다"라며 "내실을 갖추는 데 더 무게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좋은 매장 위치는 선두업체가 모두 차지한 상태"라며 "앞으로 살아남는 중견업체는 해외시장을 염두해야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