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요? 지금 거의 '전시(戰時)' 상황인데…."

감사원 직원들에게 여름휴가 계획을 물으면 십중팔구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감사원은 통상 7~8월엔 일상적인 기관감사 외에는 감사계획을 잡지 않는다. 전국을 돌며 길게는 2주 이상의 출장을 반복하는 감사원 업무 특성상 여름휴가만큼은 꼭 챙겨주는 것이 관례였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6월부터 시작한 '대학 등록금 감사'에는 전체 감사관 700명 중 200명이 투입됐다. 6월 내내 200여개 대학의 회계장부를 하나하나 살폈고 7~8월에는 5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장 감사를 하고 있다. "올 2학기 등록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라"는 양건 감사원장의 지시 때문에 밤낮없이 뛰고 있다. '공직복무특별감찰'에는 140명이 나섰다. 집권 후반기 공직기강 해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대규모 감찰 활동이다.

지난 18일에는 양 원장이 "KTX 사고가 잦은데 가능한 빨리 감사에 착수하라"고 지시,8월 특별감사건이 하나 더 늘었다. 여기에 최근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돼 직원들은 업무보고에 바쁘다. 한 감사관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들에 대해 최고 감찰기구인 감사원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가족들에게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양 원장은 "원장마저 안가면 아무도 휴가를 못간다"는 직원들의 권유 때문에 8월1일부터 일정은 잡았지만 8월2일 국회 출석이 예정돼 있어 이름뿐인 휴가가 됐다는 전언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