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앙' 그리스ㆍ美 사태 해결 칼자루 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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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敵이 된 친구 '프레너미'가 흔드는 세계 경제
그리스 총리 vs 제 1야당 대표
명문사립 아테네칼리지 동문, 美유학 가선 기숙사 룸메이트…좌파와 보수로 갈라져 갈등
美 공화 하원의장과 2인자
'찰떡 궁합' 자랑하던 실세들, 부채협상 시작하자 파워게임…강경파 캔터 '기업증세안' 거부
그리스 총리 vs 제 1야당 대표
명문사립 아테네칼리지 동문, 美유학 가선 기숙사 룸메이트…좌파와 보수로 갈라져 갈등
美 공화 하원의장과 2인자
'찰떡 궁합' 자랑하던 실세들, 부채협상 시작하자 파워게임…강경파 캔터 '기업증세안' 거부
'프레너미(frenemy).'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다. 오랜 친구임에도 견해나 입장이 달라 대립하는 관계를 뜻한다. 글로벌 경제를 벼랑으로 몰고 가고 있는 두 이슈인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의 중심에 프레너미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그리스 정치권의 라이벌인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59)와 제1 야당인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60)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그리스 명문 사립학교인 아테네칼리지 시절부터 함께 어울려온 오랜 친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두 차례씩 총리를 지낸 명문가 출신의 파판드레우는 1967년 군부정권이 들어서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매사추세츠주의 명문대인 앰허스트칼리지 사회학과에 입학하면서 이 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던 친구 사마라스를 다시 만났다. 둘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며 20대 청춘을 함께했다.
하지만 룸메이트임에도 두 사람의 고민은 달랐다. '변혁'을 꿈꿨던 파판드레우는 '좌파' 청년이었다. 반면 사마라스는 애국심이 투철한 보수 청년이었다. 사마라스의 증조모는 그리스의 유명 작가 페넬로페 델타다. 델타는 1941년 4월27일 독일 나치가 아테네를 점령하던 날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결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했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사마라스와 '자유로운 영혼' 파판드레우는 앰허스트 캠퍼스에서 손을 맞잡고 "정치인이 돼 그리스를 바꾸자"고 결의했다.
지금 그 두 사람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사마라스는 정부 재정 지출 축소라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해법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감세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도 프레너미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여야가 아니라 공화당 수뇌부 간의 다툼이다. 백악관 및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공화당의 '수장' 존 베이너 하원의장(62)과 2인자인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48)의 '집안 싸움'이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매끄럽게 이끌어왔지만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진행되면서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4일 제시한 뒤 베이너가 공감을 표시하며 합의에 근접했던 빅딜안을 강경파인 캔터가 깨버린 것.빅딜안에 포함된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증세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캔터의 입장이다.
캔터는 지난해 의회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생 보수단체 '티파티(Tea Party)'의 후원을 받고 있다. 증세와 '큰 정부' 반대 운동을 주창한 티파티는 공화당 후보 87명을 하원의원으로 당선시켰다. 골드만삭스 부사장 출신 부인을 둔 캔터는 월가의 후원까지 등에 업었다.
지난해 월가는 펀드매니저 등에 대한 세율 확대를 반대해온 그에게 베이너보다 두 배 많은 200만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안겨줬다. 캔터는 베이너를 밀어내고 하원의장직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전수전 다 겪은 현실주의자 베이너와 신보수 세력에 기댄 신예 캔터 간 파워게임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해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