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폭염이나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중국과 아프리카 소말리아반도 지역은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26일 태풍으로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인구 절반 폭염 고통

미국 텍사스주는 지난 9개월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텍사스에는 2006~2010년 6월 평균 74㎜의 비가 왔지만 지난달에는 25㎜의 비가 오는 데 그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지역은 1895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텍사스주의 식수원으로 활용되는 5440에이커(22.015㎢) 넓이의 피셔호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미국 농업부는 텍사스 254개 카운티 전체를 연방 구호가 필요한 우선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농민들에게 긴급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미국 북동부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시카고에선 무더위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미국 영토의 4분의 1이 폭염 지역에 해당하며 인구로 따지면 절반 정도가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안정성 사라져"

중국 남부에서도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쳐 농작물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전국적으로 6만9634㎢의 경작지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전체 농토의 5%,남한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중국 가뭄재해대책본부는 피해가 가장 큰 후베이 후난 장시 안후이 장쑤성 등 5개 성의 가뭄이 1951년 이후 최악이라고 전했다.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작년의 40~60%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 곡물 가격이 71% 올랐으며 중국 유럽 등의 가뭄이 계속되면 심각한 식량난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베이징에는 최근 13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중국 언론 동방망에 따르면 24일 저녁부터 25일 오전까지 베이징에 평균 70㎜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적은 베이징에서는 이례적인 날씨다.

이 밖에 필리핀에서는 제8호 태풍 '녹텐' 때문에 최소 10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아프리카 소말리아반도의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 등은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만2000년 동안 이어져온 기후 안정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구촌에 기후변화와 연관된 각종 재앙들이 몰아치고 있으나 정작 인류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머지않아 캘리포니아에선 오렌지와 레몬 나무가 사라지고 올리브 나무가 자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훈/강경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