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또 예보 아닌 '현장중계'…"슈퍼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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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무서운 기상청
서울 150mm 온다더니 472mm '초대형 물폭탄'
주야 교대근무 혹사…5년 이상 예보관 드물어
서울 150mm 온다더니 472mm '초대형 물폭탄'
주야 교대근무 혹사…5년 이상 예보관 드물어
기상청이 또다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4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인명 · 재산 피해가 잇따르자 "예보를 하는 게 아니라 현장중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 26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오후 4시50분을 기해 서울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면서 27일 새벽까지 150㎜ 정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30~60㎜의 집중호우가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27일까지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기상청 예보치의 세 배에 육박하는 472.5㎜에 달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관악구 113㎜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1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이 예보했던 새벽 이후에 비가 많이 내리기는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이르자 일부 네티즌들은 "기상청이 정확한 날씨 예보만 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대비해) 이런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선 "이번 집중호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기상청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상청은 집중호우가 올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이틀간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질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지역이 점점 좁아지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내리는 것까지 예보하기는 현재 기술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90%에 달한다"며 "그러나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나머지 10%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예보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최종 예보는 '사람'이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예보관들의 4교대 근무 방식이 숙련된 예보관을 양성하는 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관들은 대개 10명으로 구성된 4팀으로 나눠 교대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1주일씩 한 후 이틀을 쉬는 방식이다. 2005년 이전까지는 쉬는 날짜가 하루에 불과했지만 여성 예보관들 중에서 체력적인 문제로 쓰러지는 인력들이 속출하면서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교대근무를 몇 년 동안 계속하면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예보관들 중에선 교대근무를 하다 쓰러진 이들도 적지 않다.
밤을 새우는 근무는 다반사다. 하루종일 일기도를 관측하고 슈퍼컴퓨터에서 산출한 자료를 분석,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비가 올지 예측하다 보면 예보관들은 식사 시간조차 여의치 않다. Y과장은 지난달 22일 장마시작 이후 27일까지 집에서 잠을 잔 날이 7일,나머지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웠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예보관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상급직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선 예보관 경력이 필수적이지만 기상 변화에 따라 업무량도 그만큼 불어나는 데다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K 예보관은 "최근 들어 슈퍼컴퓨터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예보관들의 역량도 높아지면서 예보 정확도가 크게 향상돼 가고 있다"며 "국민들이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상청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기상청은 지난 26일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오후 4시50분을 기해 서울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면서 27일 새벽까지 150㎜ 정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30~60㎜의 집중호우가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27일까지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기상청 예보치의 세 배에 육박하는 472.5㎜에 달했다. 시간당 강수량도 관악구 113㎜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1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이 예보했던 새벽 이후에 비가 많이 내리기는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이르자 일부 네티즌들은 "기상청이 정확한 날씨 예보만 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대비해) 이런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선 "이번 집중호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기상청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상청은 집중호우가 올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이틀간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질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지역이 점점 좁아지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내리는 것까지 예보하기는 현재 기술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90%에 달한다"며 "그러나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나머지 10%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예보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최종 예보는 '사람'이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예보관들의 4교대 근무 방식이 숙련된 예보관을 양성하는 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관들은 대개 10명으로 구성된 4팀으로 나눠 교대근무를 한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1주일씩 한 후 이틀을 쉬는 방식이다. 2005년 이전까지는 쉬는 날짜가 하루에 불과했지만 여성 예보관들 중에서 체력적인 문제로 쓰러지는 인력들이 속출하면서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교대근무를 몇 년 동안 계속하면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예보관들 중에선 교대근무를 하다 쓰러진 이들도 적지 않다.
밤을 새우는 근무는 다반사다. 하루종일 일기도를 관측하고 슈퍼컴퓨터에서 산출한 자료를 분석,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비가 올지 예측하다 보면 예보관들은 식사 시간조차 여의치 않다. Y과장은 지난달 22일 장마시작 이후 27일까지 집에서 잠을 잔 날이 7일,나머지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웠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예보관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인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상급직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선 예보관 경력이 필수적이지만 기상 변화에 따라 업무량도 그만큼 불어나는 데다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K 예보관은 "최근 들어 슈퍼컴퓨터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예보관들의 역량도 높아지면서 예보 정확도가 크게 향상돼 가고 있다"며 "국민들이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상청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