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계의 맏형 격인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작년 말 기준 773억5600만달러(81조2000억원),총자산은 9113억3200만달러(956조8000억원)다. 대우 삼성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올 3월 말 현재 자기자본 평균(2조6000억원)의 31배,총자산 평균(15조2000억원)의 62배에 달한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아시아권과 비교해도 적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10분의 1,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자본력 차이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국내 증권사의 영업 행태를 질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자본력에서 밀리다 보니 국내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부가가치는 낮은 주식중개영업에 치중해 왔다.

반면 글로벌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들은 1970년대부터 속속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거대 자본을 확보한 뒤 자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했다. 대규모 차입까지 일으켜 조성한 돈으로 국내외 기업의 설립부터 구조조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고위험 · 고수익 투자를 해 오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자기자본투자(PI),고유계정거래(프랍 트레이딩),장외파생상품 발행 및 인수,자산 관리 등에 적극 나서면서 수익구조도 다변화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기관투자가 대상의 프라임 브로커 영업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다.

대형 IB들은 금융위기를 증폭시키며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를 무시한 과도한 차입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등의 위험자산에 올인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이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 연구위원은 "대형 IB들이 무너진 것은 느슨한 규제로 인한 리스크 관리 실패 때문이었다"며 "해외 진출 시 프로젝트 금융 지원,신성장업에 대한 직접 금융 주선,신흥국 IB 마켓 진출 등을 위해 증권사를 대형 IB로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