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서울 강남지역의 도시 기능이 마비되면서 이곳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큰 홍역을 치렀다. 삼성전자 등은 하수관을 역류한 빗물에 주요 도로가 잠기면서 이른 아침부터 사옥 침수를 막기 위한 물폭탄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도로 통제와 극심한 교통 정체 탓에 자가용 출근자 가운데 지각과 결근자들이 속출,오전으로 예정했던 회의 일정을 뒤로 미루기도 했다.

테헤란로 인근의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는 임시 휴무했다. 이날 아침 출근 때 곤욕을 치른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28일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어떻게 출근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서초사옥 '물과의 전쟁'

삼성은 이날 사옥 침수를 막기 위해 출근시간대에 지하주차장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 서초사옥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빗물이 사옥과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침수 방지대를 곳곳에 설치하고 모래자루를 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주차장이 부분적으로 침수됐고 물을 빼내고 청소하느라 방재 인력을 총동원했다.

물이 불어난 오전 8시께는 건물 출입구 일부를 통제했고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쪽 지하 아케이드에서 본사 건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운행도 일시 중단했다. 서울 본사와 수원사업장을 오가는 삼성전자 셔틀버스도 한때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전 11시 전후로 물이 빠지면서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지하의 피트니스센터도 부분 누수로 이날 낮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차량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특급 우편물이 지연 배달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강남역과 테헤란로 인근의 중소 벤처기업 중에는 하루 휴업을 결정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7개 시중은행의 영업점 70여곳이 폭우에 피해를 입었다. 우리은행이 33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22곳,국민은행 7곳,외환은행 4곳,하나은행 3곳,한국씨티은행 2곳,SC제일은행 1곳이 정전이나 침수 사고가 났다. 특히 24개 지점은 영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상당수 은행 점포는 28일 정상 영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직장인들 지각 속출…조기 퇴근도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출근길은 물론 퇴근 때도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적게는 한두 시간에서 많게는 서너 시간 넘게 자동차에 갇혔고 일부는 출근을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출근한 이모씨(38)는 "오전 7시30분 안양에서 출발해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야 겨우 서초동에 도착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과천에서 사당동으로 가는 남태령길에서 꼼짝할 수 없이 차 안에 갇혀 있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출근 전쟁을 알리는 직장인들의 글이 넘쳐났다.

직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일부 회사들은 조기 퇴근을 결정하기도 했다. PMP 등을 만드는 아이리버는 이날 휴무키로 하고 오전에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켰고,KT 자회사인 KTH는 오후 4시께 일찌감치 업무를 마쳤다.

현대오일뱅크는 28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직원들에게 간편 복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을 비롯한 350명 서울사무소 직원들은 업무 필수인원을 제외하곤 수해 지역에서 복구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