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 · 달러 환율이 처음으로 1050원대로 내려선 건 지난 8일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보고 제한적인 수준의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하락 속도를 늦췄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이 1050원 선은 지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10전 하락한 1050원으로 마감해 1050원대 종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장중 1049원까지 하락하는 등 당국의 속도 조절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050원 아래로 내려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국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하락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050원이 무너지면 외환시장의 심리적인 쏠림이 강해지면서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원 · 달러 환율이 1년 후 101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크레디트스위스(CS)는 1년 내 1000원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달러 약세로 원 · 달러 환율도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1차적으로 1020원,그 다음엔 1000원이 심리적인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글로벌 달러 약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 한도 증액이 미국 재정적자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부채 한도 증액보다 재정적자 감축이 중요하다며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도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지난 3월 28.8%에서 4월 23.6%,5월 22.0%,6월 13.6%로 뚜렷한 하락세다. 다만 수출 부진으로 외화 유입이 감소하면 환율 하락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은 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 하락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수출증가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과 중소 · 벤처업계 단체 대표들은 지난 25일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을 만나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사실상 추가 하락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앞서 수출 중기 292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 환율이 1118원60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