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폭탄'…도시기능 마비] 100년 빈도 폭우에 배수설계는 10년 빈도…곳곳서 빗물 범람
서울의 도시 기능이 물폭탄으로 마비되면서 배수시설 확충 등 방재 대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집중 호우가 빈발할 수 있어 도시 인프라를 점검하고 총체적인 재편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설계 기준'5~10년 강우'대부분

[수도권 '물폭탄'…도시기능 마비] 100년 빈도 폭우에 배수설계는 10년 빈도…곳곳서 빗물 범람
배수구조를 설계할 때 일정기간 유입 · 유출하는 물의 양을 산출하도록 돼 있다. 도로의 구조 ·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과 도로공사에서 제정한 도로 설계 요령에 따르면 도로 횡단 구조물과 파이프 시설의 '설계 강우 빈도'는 30년,도심지와 도시계획구간은 50년이다. 설계 강우 빈도가 50년이라는 것은 50년에 한 번 오는 폭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얘기다. 노면 및 흙쌓기,비탈면 배수 시설(노면 배수)의 설계 강우 빈도는 10년이다.

서울지역 간선 하수관은 10년 빈도 강우,지선관은 5년 빈도에 맞춰 설계돼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의 5년 빈도 강수량은 시간당 62.1㎜가 기준이다. 하지만 관 설치 이후 쓰레기 등이 들어가 관 넓이는 설계 당시보다 줄어든다. 게다가 올해처럼 집중 호우가 쏟아질 때면 범람(오버플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설들은 하수관을 확장하기 힘들다. 기존 관을 옆으로 돌려 놓고 새로운 관을 설치해야 하지만 지상에 구조물이 있으면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심규철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설계한 노면 배수의 설계 강우 빈도는 5년,10년이 수두룩해 집중 호우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계획과 연계한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태풍 같은 대형 재해를 막는 데에는 특정 방재시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구조물 대책과 공간 계획을 연계한 국토 · 도시 다중재해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집중 호우 때 빗물이 하수도와 하천으로 동시에 집중되는 것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물이나 단지별로는 물론 도시지역 곳곳에 이런 시설을 마련하도록 도시계획이나 국토계획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은 콘크리트 · 아스팔트 포장률이 높은 반면 이번에 침수된 광화문 주변이나 강남대로 등에는 물을 저장하거나 빗물 흐름을 늦추는 시설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주요 거점 지역에 물을 가둬둘 수 있는 유수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하 시설물을 설치할 때 수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는 곳은 많지 않다. 지하철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지하 10~50m에 들어서지만 침수 방지를 위한 설비는 입구에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차수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거시적 차원의 재해방재틀 시급

해외 선진국들은 아파트 단지 등을 설계할 때 빗물 저장시설이나 침수 방지 시설을 넣고,하수도 옆에는 생태수로를 만들어 침수를 지연시키고 있다. 옥상녹화,벽면녹화를 통해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도시 전체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싸여 있어 게릴라성 집중 호우 등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대형 건물이나 상습 침수지 등에는 대형 빗물저장 구조물을 지하에 만들 필요가 있다.

심우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도시지역 내 근린공원을 조성할 때 공원을 오목한 형태로 만들어 집중 호우 때 빗물을 임시로 가둬두는 기능까지 겸하도록 하고 있다"며 "도시 · 국토계획 차원에서 재해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 도태호 도로정책국장은 "집중 호우에 대비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SOC)의 배수를 원활하게 하는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수/박한신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