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수해방지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가 중추기능과 인구가 집중돼 있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등에 따른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 1986년부터 이른바 '슈퍼 제방'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완만한 경사의 광폭 제방인 슈퍼 제방은 대도시 강변 침수지역의 제방 붕괴를 방지하면서 제방 위쪽은 일반적인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카베(春日部) 인근에 설치된 수도권 외곽방수로는 도쿄 지역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06년 설치됐다. 지하 50m 아래에 길이 177m,폭 78m,높이 18m 규모의 축구장 2개 정도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홍수가 발생하면 지상의 물을 가두는 거대한 지하 물탱크다. 이곳은 지름 10m,길이 6.4㎞의 터널로 이어져 탱크 수위가 10m를 넘으면 초대형 펌프 4대가 초당 200㎥의 물을 에도(江戶)강으로 퍼낸다. 에도강에는 대홍수에 대비한 슈퍼제방도 조성돼 있다.

도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간다가와(神田川)에도 지하 저류지가 설치돼 있다. 간선도로 지하에 설치된 거대 터널로 집중 호우 때 넘쳐나는 물을 일시적으로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1980년대부터 지하 40m,직경 13m,길이 4.5㎞의 터널을 뚫어 한꺼번에 54만㎥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수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홍수위험지도(집중호우 때 침수 예상구역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홍수위험지도에 상습 침수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의 주택을 필로티(아파트 1층에 기둥만을 둬 건물을 떠받치는 구조)로 만들어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활용하다가 홍수 때는 범람한 물을 가둬두는 공간으로 쓴다. 일본 정부는 필로티가 있는 건물 거주자에게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

연간 강수량이 2000~2500㎜에 이르는 말레이시아도 쿠알라룸푸르에 지하 저류터널인 9.7㎞ 길이의 '스마트터널'을 건설했다. 빗물 및 도로 겸용 터널로 평소에는 도로와 하수도로 쓰이다가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물을 임시 저장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터널 양쪽에 200만t 규모의 물 저장소가 있으며 터널에도 100만t을 임시로 가둬둘 수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3등급으로 설계된 제방 등 방재시설물을 5등급으로 높였다. 영국도 국토 · 도시 계획정책지침에 '홍수위험평가'를 도입해 토지이용계획에 반영,홍수위험지역을 보전하거나 개발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