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ㆍ싸이월드 3500만명 해킹] 보안조직ㆍ예산축소에 해커 활동폭 넓어져
3 · 4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작으로 현대캐피탈,농협 해킹에 이어 이번 네이트 해킹까지….올 들어 국내에서 일어난 대형 해킹 사건들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PSN),록히드마틴,국제통화기금(IMF) 등 굵직한 해킹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올 들어 유독 대형 해킹 사고가 연이어 터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외의 경우 룰즈섹,어나니머스 등 해커 그룹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의 신경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모두 올 들어 자신들의 존재를 밝히고 세력화를 해온 집단들이다. 최근 이들은 미국 정부와의 전면전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다. 소니의 PSN을 비롯해 미 의회,CIA,IMF 등을 해킹하면서 해커 그룹들은 그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 일어났던 해킹은 해외 사례와 약간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해킹을 하는 경우가 아직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대부분 금전적인 이유로 해킹을 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는 "올 들어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업들이 보안과 관련된 조직과 예산을 축소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며 보안불감증을 해킹 급증의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명식 맥아피 이사는 "기업들이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 해커들의 활동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보안 분야에 대한 투자부족으로 전문인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해킹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보안 인력으로 성장할 화이트 해커들이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열악한 처우 등을 견디지 못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보안업체인 루멘소프트의 장만호 대표는 "모든 보안업체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