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동통신 시장의 낡은 유통방식을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폰 고객이 1500만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구매 비중이 신규 고객의 70%를 넘어서는 등 스마트폰 시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유통은 여전히 90년대 방식의 낙후된 모습에 머물고 있다는 반성에서다.
KT(회장 이석채)는 합리적인 휴대전화 구매와 중고폰 양산으로 인한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국내 최초로 페어 프라이스와 그린폰 제도를 각각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 페어프라이스 시행…매장 판매가 통일 덤터기 구매 없애
페어 프라이스(공정가격표시)는 동일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이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KT가 최근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객들이 휴대폰 구매시 가격 비교 등을 위해 온라인 정보 탐색을 하는 횟수가 평균 16.7회, 오프라인 매장 방문은 평균 3.6회에 달한다.
또 구매시 가장 큰 불만은 매장마다 다른 판매 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구매 가격에 대한 신뢰도는 22%에 불과하고 비싸게 구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64%나 됐으며 휴대폰 덤터기 경험도 지인을 포함해 평균 6회에 달했다고 KT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는 휴대폰 판매가격에 대한 고객 불신을 해소하고, 모든 고객에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페어 프라이스를 전격 시행키로 했다. 이미 7월 한 달 간 페어 프라이스를 시범 운영한 결과 60%의 고객이 이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이유는 휴대폰 가격을 믿을 수 있으며 구매 탐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T는 스마트폰과 일반폰 주요 모델에 대한 공정가격을 직영 온라인 쇼핑몰 올레샵 및 2700여 전국 공식 대리점에 게시하는 등 고객이 단말 가격을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페어 프라이스 정책을 통해 고객들은 여기저기 싼 매장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고 어디서나 믿을 수 있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며 "또 신규가이과 기기변경의 가격차를 없애 고객들이 불필요하게 통신사를 이동하는 데 따른 가입비 부담 등의 손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 역시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더 이상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통한 건전화 및 선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KT는 전망했다.
◆ 그린폰 도입…중고폰 낭비 줄이고 고객 요금 혜택 늘린다
이와 함께 KT는 중고폰 양산과 자원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중고폰 매입과 공단말기 요금할인 프로그램을 포함한 그린폰(Green Phone) 제도를 오는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교체주기는 약 27개월(해지 및 기변)로 46개월인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짧고, 해지 기준으로는 19개월에 불과하다. 이처럼 잦은 휴대폰 교체로 인해 발생하는 중고폰은 한 해 약 2280만대에 이른다.
그동안 공단말기 가입자의 경우 스마트스폰서, 쇼킹스폰서 등 단말 할인이 제공되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 없어 신규 단말 가입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요금 부담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단말기 요금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폰 또는 해외에서 반입된 폰을 갖고 있는 고객들도 별도의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KT는 기변시 고객이 가져온 중고폰을 매입해 그만큼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회수한 단말은 재생해 임대폰 또는 저소득층 지원 스마트폰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레샵에 중고폰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고 단말 사용 여부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직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KT 개인고객부문 표현명 사장은 "페어 프라이스를 비롯한 유통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왜곡된 이동통신 시장 유통 및 가격구조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라며 "이동통신 시장 선진화를 위한 유통혁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타 사업자 및 제조사의 동참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