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낮고 길게…미야자토 아이 '155㎝ 한계' 극복한 슬로 스윙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스윙이 독특하다.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세이프웨이클래식 도중 미국의 골프채널은 미야자토 아이와 브리타니 린시컴의 스윙을 비교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슬로 스윙'의 미야자토와 단숨에 스윙을 끝내버리는 '퀵 스윙'의 린시컴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사진1>을 보면 미야자토는 백스윙을 다 마치지 못했는데 린시컴은 모든 스윙이 끝나 있다.

미야자토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46.3야드.투어 랭킹 104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페어웨이 적중률은 81.7%로 7위다. 장타보다는 정확도로 승부한다는 얘기다.

컴퓨터처럼 정확한 드라이버샷의 비결은 슬로모션 동작에서 나오는 일정한 '템포'다. 미야자토는 드라이버나 페어웨이 우드나 아이언이나 똑같은 스윙 빠르기를 보인다. 미야자토는 골프 집안에서 태어났다. 두 오빠도 프로이며 아버지는 티칭 프로다. 네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이런 템포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지도 아래 굳어진 것이다.

155㎝의 단신인 미야자토는 테이크백과 백스윙이 매우 크다. 어드레스 상태에서 볼을 떠난 클럽이 지면을 따라 아주 낮게,그리고 길게 움직인다. 드라이버는 흡사 지면에 붙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준다. 스윙 아크만으로 본다면 자신의 키를 넘어서는 백스윙 크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단신 체형의 핸디캡을 완벽하게 극복하고 있다. 스윙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손목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있다. 파워는 다운스윙을 할 때 몸의 회전으로 낸다.

스윙이 느리고 백스윙 아크가 큰 만큼 임팩트 시점까지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하체가 버텨줘야 한다. 미야자토는 이를 철저하게 지킨다. 그에게선 '헤드업'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폴로스루가 끝날 때까지도 머리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머리는 항상 한곳만을 보고 있는데 두 팔이 피니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리가 목표 지점을 향해 움직일 뿐이다. 그것도 고정된 위치에서 살짝 돌아가는 수준이다. 마치 지면에 뿌리를 내린 단단한 나무처럼 흔들림이 없다.

미야자토는 라운드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고무로 된 발판을 깔고 연습한다. 물컹물컹한 고무 위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며 어프로치샷을 연습한다. 심지어 왼발로만 균형을 유지한 채 치기도 한다. <사진2>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최근 스윙은 백스윙 톱의 위치를 낮게 하는데 미야자토는 손의 위치가 매우 높다. 높으면 엎어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아마추어가 미야자토로부터 배울 점에 대해 "거리가 잘 나지 않는 골퍼들은 미야자토처럼 스윙 아크를 크게 해볼 수 있다. 급하게 스윙을 하면 어깨 턴이 잘 안 되는데 느리게 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