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는 공자의 사상이 집약된 유교의 성전이다.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활발히 연구돼온 고전이요,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지침서로도 꼽힌다.

그러나 《논어,세 번 찢다》(원제 論語縱橫讀)는 논어의 성전으로서의 이미지를 부정한다. 공자가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도 부정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새로운 문화이데올로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자열 현상'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2008년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고고학 고문헌학 고문자학 등 삼고학(三古學)의 대가로 새로운 고전읽기 문화를 이끌고 있는 리링(李零)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다. 리링은 2006년 발생해 그 후 몇 년간 지속되며 '문화적 사건'으로까지 기록된 '상가구(喪家狗 · 집 잃은 개) 논쟁'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1990년대의 '인문열(인문학 논쟁)' 이래 가장 많은 중국 인문학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뒤얽힌 이 '대논쟁'은 그가 펴낸 '상가구'란 제목의 논어 해설서가 불씨를 제공했다.

리링은 "상가구는 결코 공자를 비판한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고학 고문헌학 등을 바탕으로 공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애쓴 책"이라고 말한다. 또 "성인의 이미지를 벗겨내야 진짜 공자가 보인다"고 단언한다. 《논어,세 번 찢기》는 성전화된 논어를 해체하고 '있는 그대로의 논어'를 음미하도록 한다. 논어 읽기의 방법론부터 그 효과까지도 재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공자의 사상은 체계적이지만 논어는 체계적이지 않다"며 "논어를 읽고 그 안에 들어있는 공자의 사상을 하나의 지식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나하나 해체해서 재배열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우선 첫 편에서 인물을 논하면서 공자연보 및 연관 인물들의 통시적인 계보학을 찢는다. 공자라는 역사인물의 내력부터 그가 속했던 시공간,공자 문하의 제자들,논어에 등장하는 옛 성현과 당시의 정치가와 은자들의 면모를 시대순으로 고증하면서 기존의 잘못 알려진 것들,왜곡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다.

논어 위정편에는 子曰,'吾十有五而志于學,三十而立,四十而不惑,五十而知天命,六十而耳順,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서른에 섰으며,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쉰에는 천명을 알았으며,예순에는 귀로 들은 대로 들어 넘겼고,일흔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리링은 "사람들이 이 말을 자기에게 가져다 대입시키곤 하지만,실은 아무하고도 관련이 없고 오직 공자하고만 관련이 있다"며 공자의 일생을 가지고 이 글귀에 주석을 단다.

둘째 편에서는 사상을 논하면서 옆에서 옆으로 찢기에 나선다. 공자의 말과 제자들의 입으로 전해진 말을 귀납해서 공자의 핵심사유를 소개하고,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돌아다닌 공자의 경험을 통해 내면 깊숙한 곳의 모순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공자의 기본 세계관을 짚어본 뒤 그가 추구한 핵심사유를 성인과 인자,군자와 소인으로 개괄한 뒤 덕과 예를 논한다. 또 공자가 읽었던 책,공자가 배웠을 만한 스승을 살펴보고,그가 노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15년간의 외유가 남긴 정치적 번뇌를 통해 선천적으로 정치에 민감했던 한 지식인의 내면의 무늬를 읽어낸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논어 성전화 시도의 허위성을 찢는다. 리링은 "논어에 있는 피가 흐르고 살이 붙어 있는 살아있는 공자가 진짜 공자"라며 "사당 안에 있는 빚어지고 조각된,향불을 피우고 머리를 조아리기 위한 공자는 가짜 공자"라고 역설한다. 공자가 위대한 업적을 쌓은 성인도 구세주도 아니며,독립 · 자유정신을 가진 대학자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공자가 왜 자신이 성인이라는 점을 부인했는지,자공이 왜 그를 성인으로 세우려 했는지를 논하고 '상가구' 논쟁에 대한 해명도 덧붙였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