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를 비롯한 신(神)들이 살았던 나라는 그리스였다. 신들에 대한 폐기론이 가장 먼저 일어난 곳도 그리스였다. 철학자들은 지구상에 사는 것들의 운명을 지배하는 신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인간이 지적 능력으로 우주의 법칙을 해독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서부터 우주의 물리학,식물과 동물의 역사까지 탐구했다. 그의 지적 호기심과 열망은 제자 알렉산더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알렉산더는 세상을 정복해 제국을 일구겠다는 야망을 품었다. 그의 동방 원정으로 그리스어는 중동과 아랍권의 공용어가 됐다.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서도 그리스어로 번역됐다. 이로써 메시아가 올 것이란 예언이 헬레니즘 전체에 퍼졌다. 그 번역이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기껏 작은 종파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 위의 모든 역사》(크리스토퍼 로이드 지음,윤길순 옮김,김영사,3만8000원)는 민족이나 왕조 등 기존의 지역적인 역사에서 탈피해 전 세계 인류의 공동 역사를 담은 거대 서사다. 인간과 사상,자연이 한뿌리로 연결돼 있다는 시각에서 지구와 동물,식물의 기원과 탄생도 다뤘다. 총 4부로 구성해 지구와 인류 변천사의 큰 줄기를 짚어내고 세부적으로 깊이 탐색한다.

1부는 기원전 137억년부터 기원전 700만년까지 빅뱅과 우주의 탄생,생명의 기원을 살펴본다. 2부에선 지구의 기후변화,인류의 진화,3부에선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을 다뤘다. 4부에선 유럽 문화가 세계로 퍼지고 자본주의 체제가 정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