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은 음악가,특히 피아니스트에게 최적의 도시예요. 길 하나만 건너면 브람스가 25년간 살다 세상을 떠난 집이 있고,그가 듣던 종소리가 울리는 교회가 있죠.모차르트와 슈베르트,리스트까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다함께 숨쉬고 있어요. 음악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이 모든 걸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빈은 음악가들에게 아마 영원히 보석 같은 곳이 될 겁니다. "

10년 전,스물 여덟의 나이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빈 국립음대에서 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명된 피아니스트 얀 이라첵(38 · 사진)을 오스트리아 빈의 가장 오래된 음악당인 무지크페라인에서 만났다. 독일 하노버 출생의 이라첵은 10세 때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바르셀로나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모로코 카사블랑카 국제 피아노콩쿠르,부소니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고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베토벤과 메시앙 곡 등에 대한 해석으로 특별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현재 뉴욕 카네기홀,링컨센터,워싱턴 케네디센터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초청받아 지금까지 수백 회에 이르는 리사이틀과 마스터클래스를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9년 제주에서 열린 유로 뮤직 페스티벌,링컨센터와 LG그룹이 주최하는 예원학교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했고,호암아트홀에서 독일 첼리스트 마리아 클리겔과의 리사이틀 등을 펼친 바 있다.

피아니스트와 교수를 병행하는 그는 한국 학생들을 여러 명 가르치기도 했다. 국제 차이콥스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 학생들의 열정과 감성은 놀라울 정도이고,올해 콩쿠르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며 "예원학교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때부터 이미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9년 제주에서 열린 유로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때를 떠올리며 '연습벌레'인 한국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제주도는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저는 연주회를 앞두고 제주도의 바람과 풍경을 즐기기 위해 산책도 하고 감귤 나무를 보며 감상에 빠지기도 했는데,안타깝게도 한국 음악 영재들은 모두 방에 들어가 연습만 하더라고요. " 그는 스스로 "여행할 기회가 많아 음악가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빈(오스트리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