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뚝 끊겼어요. "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에서 5년 넘게 중고차를 팔고 있는 김모씨(45)는 최근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는 중고차 시장의 성수기인데 예년에 비해 거래가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중고차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휘발유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계속되는 폭우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28일 중고차 유통업체 SK엔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투싼ix 2WD LX20 럭셔리' 2010년식 모델은 2000만원 선으로 지난달 말(2100만원)에 비해 4.8% 내렸다. 투싼ix의 다른 기종인 '2WD LMX 프리미어' 2010년식은 같은 기간에 2450만원에서 2250만원으로 8.2% 하락했다.

투싼뿐만 아니다. 르노삼성 'SM7 뉴 아트 LE23' 2008년식도 1970만원 수준으로 한 달 사이에 80만원 떨어졌다.

성수기를 맞았는데도 이처럼 중고차 시세가 떨어진 것은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주유소의 일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48.06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한 달 전(1922.47원)보다 25.59원 올랐다. 올해 초의 1814.57원에 비해서는 약 7% 상승했다.

SK엔카 관계자는 또 "장맛비가 멈췄던 지난주만 해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객들이 찾았다"며 "비가 다시 내리면서 중고차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2~3일 동안 수도권 등 중부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 중고차 시세는 더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다만 여름철 수요가 많은 다목적 차량(SUV)과 준중형차 시세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뉴스포티지 2WD TLX 최고급형' 2008년식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153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카이런 4WD LV7' 2008년식도 전달과 같은 1600만원 선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