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오라는 '파텍필립' vs 매장 뺏긴 '오데마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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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급 시계 브랜드의 엇갈린 대접
파텍필립
강남권 백화점 '열띤 유치전'…결국 갤러리아에 입점하기로
오데마피게
롯데 에비뉴엘서 매출 부진, 부티크서 퇴출…편집매장行
파텍필립
강남권 백화점 '열띤 유치전'…결국 갤러리아에 입점하기로
오데마피게
롯데 에비뉴엘서 매출 부진, 부티크서 퇴출…편집매장行
명품시계라고 다 똑같은 명품은 아니다. 시계업계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엄연한 서열이 있다. 스위스의 유력 시계잡지들은 시계 제조 역사와 기술력,예술성,브랜드파워 등을 잣대로 '명품 브랜드'를 줄세운다.
'명품시계 3인방'으로 꼽히는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는 상위 5개 등급 중 2~3등급으로 분류된다. 맨 위칸은 언제나 특A급 브랜드들의 몫이다. 보석 하나 없는 '기념 시계' 스타일마저도 2000만원이 넘는 파텍필립 바쉐론콘스탄틴 오데마피게 브레게 블랑팡 랑게운트죄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파텍필립은 이들 '빅6' 중에서도 단연 '№1'으로 꼽힌다. '명품시계 마니아들의 종착역'으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자랑한다. 차이콥스키 록펠러 아인슈타인 달라이라마 등도 주요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런 파텍필립이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연말께 서울 갤러리아명품관에 매장을 내기로 한 것.
한국의 명품시계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자 더 늦기 전에 뛰어든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동인구가 적은 서울 롯데호텔에 소형 매장만 운영해왔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명품관 이스트에 있는 '하이주얼리&와치' 매장에 단독 부티크를 낼 것"이라며 "규모와 시설 면에서 파텍필립의 플래그십스토어가 되기에 충분하도록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시계 브랜드'란 위상에 걸맞게 파텍필립 유치전은 치열했다. 강남 딜러 모집에 웬만한 시계 수입업체는 모두 뛰어들었다. 결국 국내 최대 시계 수입업체인 우림FMG가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을 수입 · 판매하는 엠앤비아이앤씨와 오데마피게를 유통하는 스타일리더를 제치고 파텍필립의 '낙점'을 받았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도 일제히 파텍필립에 '러브콜'을 던졌다. '파텍필립이 선택한 유일한 한국 백화점'이란 사실이 명품 백화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파텍필립의 강남 입성으로 최고급 명품시계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최고급 시계를 살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쟁 브랜드들은 파텍필립의 갤러리아 입점 시점에 맞춰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 단독 부티크를 여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바쉐론콘스탄틴과 브레게는 연말께 서울 강북지역의 '명품 메카'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 단독 부티크를 낼 계획이다. 작년 말 에비뉴엘에 세계 4번째 부티크를 낸 랑게운트죄네는 여러 시계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에 추가로 입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랑팡도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을 비롯한 몇몇 백화점과 단독 입점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들도 앞다퉈 '빅6'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단 하나 예외는 있다. 오데마피게다. 이 브랜드는 최근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에비뉴엘에 있는 단독 부티크에서 철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단독 부티크를 운영할 정도의 매출이 안 되니 편집매장에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소규모로 입점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바쉐론콘스탄틴과 브레게에 자리를 내주기 위한 '희생양'이 된 셈.오데마피게 입장에선 단독 부티크를 둘러싼 특A급 브랜드 간 '힘 겨루기'에서 밀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수억원짜리 시계를 구입하는 국내 부유층은 대개 클래식한 모델을 선호하는 반면 오데마피게는 스포티한 디자인이 많아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