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측 강우' 자료 품질 80%로 높여야
도시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재해가 바로 침수다. 침수란 지표면에 떨어진 비가 신속하게 전부 배수(排水)되지 못해 지면에 쌓이고,쌓인 물이 낮은 지역으로 모여 고이면서 발생한다.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은 모두 주변에서 물이 모여드는 곳이거나 또는 물의 이동경로 상에 위치한다.

이런 침수가 발생하는 원인은 물론 비가 짧은 시간 동안에 매우 많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그 비를 효과적으로 배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 등 중부지방에 지난 이틀간 발생한 호우는 지역에 따라 시간당 최대 10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27일 오전 서울에 쏟아진 폭우는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최대 113㎜를 기록,100년 만에 한 번 있을 정도의 비 피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도시가 가진 배수 능력을 초과한 규모로 침수를 피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다.

도시 설계에서 배수 능력을 무한정 키울 수는 없으니,이런 침수를 가끔씩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의 배수 능력은 과거 홍수 재현 기간 10년 기준에서 최근 30년으로 상향됐다. 즉 배수 시설의 설계 기준이 과거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정도의 호우에서 3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정도의 호우로 강화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설계 기준보다 더 큰 호우가 발생할 경우 침수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현실이다.

침수 발생이 모두 재산상 인명상의 큰 피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짧게는 서너 시간 만에,길게는 하루이틀이면 침수된 물은 모두 배수되고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침수가 예측돼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어디에 침수가 발생할지를 예측해 침수가 발생하기 충분한 시간 전에 일반 시민에게 전달돼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부지불식간에 재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 이와 같은 도시 홍수의 문제는 한강과 같은 대하천 유역에서의 홍수와는 그 특성이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한강 유역에 큰 비가 올 경우에도 한강 하류인 서울에 위협을 가할 때까지는 최소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한강 상류에 떨어진 빗물이 서울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 유역에서는 그 시간이 몇 분에서 몇 십분 단위로 줄어든다. 즉 도시 홍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가용할 만한 대응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결국 상황이 발생하고 난 뒤에 뒷북 치는 일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중앙정부,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이 대응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상당 부분 경험에 의존한 임시방편적인 조치들이다. 지난 26~27일 이틀 사이에 발생한 호우나 작년 9월 발생한 호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예측 강우'자료를 사용하는 것인데,이 자료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 현재의 문제점이다. 이 예측 강우 자료를 만드는 데 레이더로 관측한 수치가 입력 자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레이더 강우 자료의 품질은 대략 6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 수준과 큰 차이가 난다. '예측 강우'자료의 품질을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도시에 집중호우가 있을 때 침수가 발생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재산 피해나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예측 강우'자료의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최근 겪은 침수 관련 각종 피해들 중에서 사람과 자동차를 상당부분 뺄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간단히 그리고 단시간 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장비의 도입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의 확충,지속적인 연구 · 개발(R&D) 및 운영 노하우의 축적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유철상 < 고려대 수문방재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