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의견 일변도의 여의도 증권가에 애널리스트의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2006년부터 이날까지 보고된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총 11만5612건 중에서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0.019%(22개)에 불과했다. 반면 매수(적극매수 포함)와 보유(시장수익률 하회 포함)의견의 보고서는 각각 86.8%(9만8587건), 13.1%(1만4908건)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목표주가 하향이나 '보유' 리포트는 '매도' 의견을 담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발간되는 보고서 중에서 일정 수량을 정해 매도 의견을 내는 것과는 상반된다.

상대적으로 기업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외국계와 달리 국내 증권사 리서치 입장에서는 소신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는 전무하다"면서 "목표주가 하향이나 '보유(HOLD)' 정도의 의견이 '매도'로 해석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써 해당 기업에 대한 '매도' 의견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부정론자들은 환영받기 힘들기도 하지만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낼 경우 기업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를 활용하면 시장 하락기에는 자산가치를 안전하게 보전하면서 시장 상승기에는 초과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수의견 일변도의 현재 증권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롱숏(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전략)'은 헤지펀드의 대표 전략 중 하나"라면서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펀더멘털상의 변화가 큰 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소신을 담은 보고서가 더욱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의견이 다변화되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매수'의 경우에도 단순 매수가 아닌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해둔 다양한 '매수' 의견이 개진돼 더욱더 촘촘한 리서치 자료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롱숏 전략의 경우 밸류에이션 차이에 따른 투자전략의 일환일 뿐 현재도 리서치센터 내 퀀트팀에서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이 급변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굳이 매도 의견을 단 리포트를 발간할 이유는 없다는 것.

특히 기업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법인영업부와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도 여전해 헤지펀드 도입과 함께 매도의견 리포트가 봇물을 이룰 것이란 전망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은 실정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대형 IB(투자은행) 육성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