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이번에도 쉽지 않을 모양이다.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3곳의 국내 사모펀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인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불발 쪽에 무게감을 더 두고 있는 게 금융계의 전반적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내에서도 전략적 투자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겨서야 되겠느냐는 기류가 강하다. 사모펀드 관계자마저 실사비용 50억원만 날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내놓는 실정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번에도 불발되면 13년째 '국영 상업금융회사'로 남게 된다. 우리금융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만들어진 '국영 한빛은행'이 모태다. 내년에 선거가 치러지고 내후년엔 새 정권이 들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은 세계 금융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울 공산이 크다.

정부가 2005년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영화 원칙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둘째 조기 민영화,셋째 금융산업 발전이다.

먼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공적자금 투입의 이유를 착각한 원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2조8000억여원의 공적자금을 우리금융에 투입한 것은 금융산업 안정과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기능 회복이 목적이었다. 이후 은행이 살아나고 경제가 안정을 찾았으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정부가 투자회사가 아니라면 돈을 조금 더 받으려고 안달할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좋은 사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위기가 닥치자 주식 매입 방식으로 씨티그룹에 450억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2009년 말까지 모든 지분을 팔고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1990년대 초반 북유럽에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스웨덴과 노르웨이 정부도 은행을 국유화했다가 1997년까지 대부분의 지분을 팔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셋째 원칙인 금융산업 발전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선 리먼브러더스가 영국계인 바클레이즈에 넘어갔고,골드만삭스는 비제도권 투자회사인 벅셔 해서웨이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금융산업 발전에 어디는 되고,어디는 안 된다는 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다. 또 이를 누가 판단하고 언제 판단할 것인가. 애초 논란이 많은 것은 원칙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성사시키는 데 지켜야 할 원칙은 조기 민영화 하나밖에 없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이제껏 5조50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하지만 지급한 이자(정확히는 공적자금 재원인 예금보험공사채의 이자)만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실제 회수한 돈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민영화를 미루면 미회수금 7조3000억원에 대한 이자 3000억원(이자율 연 4% 가정)을 매년 더 내야 한다.

금융산업 발전은 시장 기능에 맡기면 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새 금융기법을 개발하고 소비자 후생을 늘린다면 그것이 바로 금융산업 발전이다. 정부가 하루빨리 경영 및 인사에서 손떼는 것이 금융산업 발전의 첫걸음이라는 말이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