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 양적완화는 시장에 毒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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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늘려 소비진작 착각에 불과…세금 줄이고 시장조정에 맡겨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회복이 늦어지자 1차 및 2차에 이어 3차 양적(量的)완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1차 완화는 금융위기 때 부실 금융기관을 직접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2차 완화는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재정 보전이 목적이었다. 목적이 어쨌든 양적완화는 통화 공급의 증가를 뜻하는데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약이 될까 아니면 더욱 수렁에 빠뜨리는 독(毒)이 될까.
이에 대한 질문은 다시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것으로 회귀(回歸)한다. 현재까지는 월가의 탐욕이 주범으로 지목됐지만,사실은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의 자원 간 중요도를 비교하는 시간선호율(자연이자율)과 통화 공급 증가로 장기간에 걸쳐 인위적으로 조작된 대출 이자율 간 괴리에 그 원인이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경제가 달아오르는 붐(boom)과 거품이 터지는 버스트(bust),또 그 이후에 진행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치유책도 제시할 수 있다.
사람들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이는 예전보다 미래의 자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자연이자율이 낮아짐을 뜻한다. 기업은 증가한 저축으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투자를 하게 되고 이는 원자재,건설,장비 산업과 같이 소비자의 즉각적인 소비와는 좀 떨어진 생산재 부문에 투자가 이뤄지는 특징을 지닌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지만 저축 대비 소비(소비/저축) 비율이 감소했으므로 경제가 붐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간선호율은 불변인데 통화 공급이 증가해 대부(貸付) 이자율이 낮아지면 기업은 역시 투자를 늘리고 소득도 늘어난다. 문제는 늘어난 저축이 아니라 늘어난 통화가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의 저축 대비 소비 비율이 불변이므로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는 붐으로 치닫지만,투자가 이뤄진 생산재 부문의 공급이 수요로 흡수되지 않아 이 부문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불황이 생산재 부문에서 시작되는 까닭이다. 결국 기업가는 조작된 이자율로 인한 과오 투자를 인지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리면서 거품이 깨지고 불황으로 접어든다.
불황은 거품 붕괴 이후 과오 투자가 본래의 소비-저축 간 비율에 맞게 교정되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은행은 기업 부도로 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신용 공급을 축소하고,기업은 투자에 신중하게 되며,물가 하락을 기대하는 소비자의 소비는 감소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특히 과오 투자 부문의 생산재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다. 생산요소는 생산재 부문에서 소비재 부문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실업이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자원이 재배치되고 경제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든다.
과소 소비가 불황의 원인이므로 경기부양을 더욱 세게 해야 한다는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과소 소비는 불황의 한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리고 소비 감소와 저축 증가 현상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원을 예전보다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으로 과오 투자의 폐해를 줄여주므로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미국의 미제스 연구소(Mises Institute) 학자들이 이 같은 설명과 처방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지만 당국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선의 정부 정책은 신용 공급과 조세를 줄이고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지 말라는 논리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붐이 길어지면 과오 투자를 정리하는 조정 과정도 길어진다. 불황이 빨리 종료되지 않는 이유도 정부가 불황을 타개한다는 이름 아래 조정 과정을 방해하는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을 지속하는 데 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독이 될 뿐이다. 적절한 대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
이에 대한 질문은 다시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것으로 회귀(回歸)한다. 현재까지는 월가의 탐욕이 주범으로 지목됐지만,사실은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의 자원 간 중요도를 비교하는 시간선호율(자연이자율)과 통화 공급 증가로 장기간에 걸쳐 인위적으로 조작된 대출 이자율 간 괴리에 그 원인이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경제가 달아오르는 붐(boom)과 거품이 터지는 버스트(bust),또 그 이후에 진행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치유책도 제시할 수 있다.
사람들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이는 예전보다 미래의 자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자연이자율이 낮아짐을 뜻한다. 기업은 증가한 저축으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투자를 하게 되고 이는 원자재,건설,장비 산업과 같이 소비자의 즉각적인 소비와는 좀 떨어진 생산재 부문에 투자가 이뤄지는 특징을 지닌다. 그 과정에서 소득이 늘고 소비가 늘지만 저축 대비 소비(소비/저축) 비율이 감소했으므로 경제가 붐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간선호율은 불변인데 통화 공급이 증가해 대부(貸付) 이자율이 낮아지면 기업은 역시 투자를 늘리고 소득도 늘어난다. 문제는 늘어난 저축이 아니라 늘어난 통화가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의 저축 대비 소비 비율이 불변이므로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는 붐으로 치닫지만,투자가 이뤄진 생산재 부문의 공급이 수요로 흡수되지 않아 이 부문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불황이 생산재 부문에서 시작되는 까닭이다. 결국 기업가는 조작된 이자율로 인한 과오 투자를 인지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리면서 거품이 깨지고 불황으로 접어든다.
불황은 거품 붕괴 이후 과오 투자가 본래의 소비-저축 간 비율에 맞게 교정되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은행은 기업 부도로 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신용 공급을 축소하고,기업은 투자에 신중하게 되며,물가 하락을 기대하는 소비자의 소비는 감소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특히 과오 투자 부문의 생산재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진다. 생산요소는 생산재 부문에서 소비재 부문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실업이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자원이 재배치되고 경제는 회복국면으로 접어든다.
과소 소비가 불황의 원인이므로 경기부양을 더욱 세게 해야 한다는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과소 소비는 불황의 한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리고 소비 감소와 저축 증가 현상은 사람들이 미래의 자원을 예전보다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으로 과오 투자의 폐해를 줄여주므로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미국의 미제스 연구소(Mises Institute) 학자들이 이 같은 설명과 처방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지만 당국자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선의 정부 정책은 신용 공급과 조세를 줄이고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지 말라는 논리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붐이 길어지면 과오 투자를 정리하는 조정 과정도 길어진다. 불황이 빨리 종료되지 않는 이유도 정부가 불황을 타개한다는 이름 아래 조정 과정을 방해하는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을 지속하는 데 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독이 될 뿐이다. 적절한 대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김영용 < 전남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