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빅뱅'] (3) '한국형 헤지펀드 1호' 양보 못해…한투ㆍ하나 UBS 등 5개社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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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본시장의 꽃' 누가 먼저 피우나
공매도ㆍ차익거래 '멀티 전략' 상품 출시 박차…대형 증권사들도 전문 자회사 설립 검토
공매도ㆍ차익거래 '멀티 전략' 상품 출시 박차…대형 증권사들도 전문 자회사 설립 검토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한국형 헤지펀드 출시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잇달아 내놓음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탄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헤지펀드 운용 인가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증권사 10개,자산운용사 12개,투자자문사 6개 등 총 28개다. 이 중 한국투신 · 하나UBS · 미래에셋맵스 · 삼성 등 자산운용사와 우리투자 등 증권사 5~7개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면서 1호 헤지펀드 설정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준비는 끝났다"
헤지펀드 출시에 가장 자신감이 큰 곳은 자산운용업계다. 최근 1~2년 새 공(空)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롱쇼트 펀드'를 출시해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를 쌓아온 한국투신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등은 최초 헤지펀드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는 "2년 전 차입과 공매도 기법을 적용한 공모 주식형펀드를 출시해 공매도 노하우를 축적했다"며 "주식 공매도,채권 차익거래 등 다양한 전략을 쓰는 '멀티 스트래티지형' 헤지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사모 롱쇼트 펀드를 1년6개월 정도 운용해 12%의 누적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며 "아시아 주식까지 공매도하는 헤지펀드 기획을 끝내고 인가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등 다른 대형사들도 상품 기획을 끝내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금융공학,절대수익,퀀트 등 그동안 쌓아왔던 헤지펀드식의 펀드 운용 노하우를 활용해 헤지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환 운용사는 '발동동'
헤지펀드 1호 출시 후보로 꼽혔던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코스모투자자문 등은 올 9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때문에 헤지펀드 출시에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해 있다. 헤지펀드 설립 근거인 시행령 개정안은 헤지펀드 운용사 요건을 △증권사는 자기자본 1조원 △자산운용사는 집합투자(펀드)수탁액 4조원 △투자자문사는 일임계약액 5000억원 이상으로 제한했다.
트러스톤운용은 2009년 8월부터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통해 헤지펀드를 2년째 운용 중이다. 하지만 2008년 6월 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탓에 헤지펀드 운용사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총 수탁액은 5조5000억원이지만 기준이 되는 펀드 수탁액은 1조6000억원에 그치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코스모투자자문도 최종 인가 후 운용사로 전환되면 트러스톤과 유사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
트러스톤운용 측은 "시행령 적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시행령 규정만 보면 이들이 헤지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펀드 규모에 일임 수탁액을 포함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를 반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시장 가세 준비
증권업계도 헤지펀드 진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프라임브로커 시장에도 진출해야 하는 만큼 운용 전문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김정호 우리투자증권 전략기획부 이사는 "2년 전부터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 법인을 설립하고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증권사에서 운용인력 등을 스핀오프해 별도 법인을 만들어 헤지펀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7월 대안투자팀을 설립하고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하나대투증권은 글로벌 헤지펀드 전문 금융회사들과 공동으로 전문 운용사를 설립해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열/서정환/임근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