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3일간 최고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서울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엔 28일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파주 양주 동두천 등 경기 북부지방에선 산사태로 주택과 암자가 매몰됐고 하천 범람 우려로 대피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비에 피해 복구 지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8시 현재 사망과 실종 등 인명 피해를 62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되고 있어 인명 피해는 70명을 넘을 전망이다.

오전 10시15분께에는 경기 동두천시 상봉암동에서 산사태로 암자가 무너져 119구조대와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암자에선 문모씨(67) 등 모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새벽에는 포천시 기산리 토사에 파묻혔던 3층짜리 빌라에서는 위모씨(26)와 세 살난 아들 정모군이 숨졌다.

피해 복구와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27일 산사태가 발생한 서울 우면산 기슭인 전원마을과 형촌마을,강원도 춘천 펜션 매몰지에선 다시 쏟아진 장대비에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군장병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119구조대 등이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벌였지만 토사만 겨우 치워 낼 정도였다. 전원마을 복구작업에 투입된 군 관계자는 "장병 200여명이 배수로 정비와 토사 정리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 와 전면 복구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불안한 산비탈 · 수변 지역 주민

불어난 물로 인해 일부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전날 오후 10시를 전후해 동두천 신천,파주 갈곡천 설마천 늘노천 주변 1500여명이 주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오후 들어 비구름이 약해지고 하천의 수위가 내려갔지만 29일까지 일부 지역에 최고 60㎜의 폭우가 예보돼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토사 유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산비탈 지역 주민들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진 데다 비가 방재대책이 취약한 새벽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16명이 사망한 우면산 주변을 비롯 매봉산 금호산 아차산 안산 주변에는 도로와 공원을 건설하기 위해 산을 깎은 절개지(切開地)가 71곳에 이른다. 홍은동 산 11의 1 등 위험도가 높거나 보강공사가 시급한 C,D등급 지역은 16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모산과 청룡산 절개지에서 토사 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시와 구청 공무원 등을 통해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폭우가 계속될 경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