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KT "휴대폰 보조금 모두 공개"…대리점 리베이트 없애 가격 낮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표현명 사장 '공정 가격' 초강수
기기별 출고가·할인내역 게시…SKT 장악 유통구조 흔들기
"덤터기 쓰는 고객 없게 할 것"
기기별 출고가·할인내역 게시…SKT 장악 유통구조 흔들기
"덤터기 쓰는 고객 없게 할 것"
KT가 '공정 가격(페어 프라이스)'을 내세워 기존 휴대폰 유통구조를 뒤흔들고 나섰다. 판매점마다 제각각인 휴대폰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일종의 정찰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존 휴대폰 유통 구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고객을 위한 스마트 유통 혁신'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19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페어 프라이스'의 취지를 설명했다.
표 사장은 "판매점들이 제조업체로부터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받은 뒤 소비자들에게 제각각 할인해주는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바뀌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며 "휴대폰을 구입할 때마다 자칫 덤터기라도 쓰지 않나 불안해하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관행 척결"
KT의 페어 프라이스는 휴대폰마다 일종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정하고 이 내역을 판매점들이 준수토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KT의 모든 판매점들은 기기별로 출고가,할인 내역,실제 판매가 등을 게시해야 한다.
현재 국내 휴대전화 유통은 제조업체가 이동통신사에 물건을 판매하면,이를 도매상인 '대리점'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리점은 소매상인 '판매점'에 자신들의 제품을 위탁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는 대리점을 거쳐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지원한다.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시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을 재량껏 붙여 할인 판매한다. 리베이트로 25만원을 받았다면,그 가운데 20만원을 기기 할인에 쓰고 남은 5만원을 챙기는 식이다. 대리점은 판매점이 유치한 고객들이 납부하는 통화료 가운데 6~7%를 이통사로부터 받는다.
문제는 리베이트로 운용되는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통사 영업조직은 기기별 리베이트 수준을 결정하면서 제조업체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 제조업체는 출고가를 일부러 높여 실제 부담금을 낮춘다. 일선 판매점들은 정보에 어두운 이들에게는 할인을 거의 해주지 않고 수수료 챙기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다.
표 사장은 "2000년대 초 대당 2만~5만원이었던 리베이트는 지난해 대당 25만원 수준까지 급증했다"며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고 그만큼 출고가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정면 겨냥
KT의 이 같은 움직임은 SK텔레콤과의 전면전을 위해 기존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가입자 기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과 자금력을 기반으로 대형 대리점들을 장악하고 있다. 많으면 3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대리점들은 지역별로 다수의 판매점을 거느리고 있다.
반면 KT가 확보하고 있는 대리점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베이트 등에 들어가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KT엔 부담이다. 지난해 KT는 신규 고객 확보에 1조4000억원을 썼는데 이는 무선부문 매출액(6조9800억원)의 20%에 달한다. 반면 여기에 2조원을 투입한 SK텔레콤은 매출액(12조4600억원) 대비 재무적인 부담이 덜하다. SK텔레콤의 고객당 매출이 더 높기 때문이다.
휴대폰 정찰제로 보조금 규모를 공개하고,이를 기반으로 출고가를 낮추게 되면 대리점 위주의 유통 구조를 흔들 수 있다. 정찰제 실시로 일선 판매점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한 휴대폰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마진을 최대한 적게 남겨 판매해온 상인들에게는 오히려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돼 이득"이라며 "제조업체 입장에서 과도한 리베이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