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 쓰나미'에 쑥대밭 우면산 르포] 복구는 더디고…'지뢰유실'에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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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위험 수차례 알렸건만…" 주민들 분노
주택가 제모습 찾기까진 한 달 이상 걸릴 듯
주택가 제모습 찾기까진 한 달 이상 걸릴 듯
"이번 산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입니다. "
28일 오전 9시 서울 우면산 인근 방배동에서 만난 주민 김기태 씨(55)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 영향으로 허물어진 계곡과 제방 복구를 그동안 수차례 건의했지만 정작 보수 공사는 지난 4월에 시작됐다가 6월에 또다시 중단돼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전날 침수로 마을회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전원마을의 박모씨(76)는 "집과 바로 마주한 산자락에 큰 나무 세 그루가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 나무를 베어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며 "늘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아카시아 나무는 뿌리가 깊어 쓰러지지 않는다'는 대답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전날 오전 폭우로 이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결국 박씨 이웃집에 살던 엄모씨(33)가 숨졌다.
산사태와 침수로 악몽의 하룻밤을 보낸 우면산 일대 형촌마을,남태령 전원마을 등 주택가엔 여전히 불안감이 감돌았다. 곳곳엔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주택가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소방서 인력 1200명,군 병력 6000여명,자원봉사자 30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복구 작업을 벌였지만 토사가 허리까지 차오른 데다 비까지 이어져 복구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더딘 피해 복구에 '지뢰 유실' 등 루머 폭탄까지 겹치면서 패닉상태에 빠졌다. 사고 현장을 찾은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반복됐다.
이날 오전 트위터상에 '우면산에 매설된 지뢰가 유실됐다'는 얘기가 퍼졌다. 윤영삼 공군 중령은 이에 대해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지뢰를 980여발 제거했으나 아직 10발 정도의 지뢰가 부대 인근에 남아 있다"며 "혹시 모를 유실에 대비해 우면산 일대의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사태로 6명이 숨진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의 한 주민은 "20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이 같은 일은 없었다"며 "올레길이 괴물로 변해 주민을 덮친 것도 충격인데 지뢰까지 유실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복구 현장을 방문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서초을)에게 성난 주민 10여명은 "납득할 만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고 의원은 이에 "이번에는 확실히 대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을 절반이 고립되고 1명의 사망자를 낸 형촌마을의 주민 김모씨(68)는 "대피했던 주민들이 비가 그치자 마을로 돌아와 토사물을 치우고 있는데 느닷없이 지뢰 유실이라니…"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28일 오전 9시 서울 우면산 인근 방배동에서 만난 주민 김기태 씨(55)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 영향으로 허물어진 계곡과 제방 복구를 그동안 수차례 건의했지만 정작 보수 공사는 지난 4월에 시작됐다가 6월에 또다시 중단돼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전날 침수로 마을회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전원마을의 박모씨(76)는 "집과 바로 마주한 산자락에 큰 나무 세 그루가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 나무를 베어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며 "늘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아카시아 나무는 뿌리가 깊어 쓰러지지 않는다'는 대답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전날 오전 폭우로 이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결국 박씨 이웃집에 살던 엄모씨(33)가 숨졌다.
산사태와 침수로 악몽의 하룻밤을 보낸 우면산 일대 형촌마을,남태령 전원마을 등 주택가엔 여전히 불안감이 감돌았다. 곳곳엔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주택가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소방서 인력 1200명,군 병력 6000여명,자원봉사자 300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복구 작업을 벌였지만 토사가 허리까지 차오른 데다 비까지 이어져 복구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더딘 피해 복구에 '지뢰 유실' 등 루머 폭탄까지 겹치면서 패닉상태에 빠졌다. 사고 현장을 찾은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반복됐다.
이날 오전 트위터상에 '우면산에 매설된 지뢰가 유실됐다'는 얘기가 퍼졌다. 윤영삼 공군 중령은 이에 대해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지뢰를 980여발 제거했으나 아직 10발 정도의 지뢰가 부대 인근에 남아 있다"며 "혹시 모를 유실에 대비해 우면산 일대의 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사태로 6명이 숨진 방배동 래미안아트힐의 한 주민은 "20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이 같은 일은 없었다"며 "올레길이 괴물로 변해 주민을 덮친 것도 충격인데 지뢰까지 유실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복구 현장을 방문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서초을)에게 성난 주민 10여명은 "납득할 만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고 의원은 이에 "이번에는 확실히 대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을 절반이 고립되고 1명의 사망자를 낸 형촌마을의 주민 김모씨(68)는 "대피했던 주민들이 비가 그치자 마을로 돌아와 토사물을 치우고 있는데 느닷없이 지뢰 유실이라니…"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