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이기 때문에 항상 고개를 들고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28일 말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작은 위협 요인에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으로부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4대 경제권의 경제 · 금융 상황을 보고받고 "고개 숙이고 아래만 보면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외 불안 요인 여전

이날 회의에는 KDI를 비롯해 국제금융센터,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삼성경제연구소,골드만삭스 등에 소속된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연구기관들은 국가별 위험 요인을 꼼꼼히 분석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연구기관들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의 불안이 여전해 국제 금융시장에 언제든지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2차 구제금융안을 마련했지만 선택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판정이나 긴축계획 차질 등으로 주요국의 환율이나 채권값,주가 등이 급등락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유로 정상들이 역내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한 것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안의 실효성이 약해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문제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도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약해지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은 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5~6%대의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2분기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이 점쳐졌다. 일본은 대지진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현실에만 몰입하면 안 돼"

이날 회의는 폭우에도 취소하지 않고 장소를 당초 예정이던 KDI에서 청와대로 옮겨 진행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외 불안 요인이 크긴 하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많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세계와 비교하면 잘하는 것도 있고,미래에 대해 대비도 하고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지향적이 되지 못하고 현실에만 몰입하지 말자"며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도 희망을 갖고 살았다. 안과 밖을 균형있게 보자"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현재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이나 법인세 감세 철회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대해 간접적인 경고를 보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날 '일본 국가채무 현황 및 증가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국가채무가 증가한 것은 선심성 복지 정책에 따른 재정 낭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차병석/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