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대 113㎜의 물폭탄이 떨어진 지난 27일.양재천 등 하천들이 범람하고 대치역 사거리가 물바다가 되는 등 강남지역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하지만 과거 상습 수해지역으로 알려진 망원동,당산동 등 한강변과 중랑천변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한때 단골 침수지역으로 꼽힌 이들 지역이 집중호우를 피해간 배경은 뭘까.

이날 중랑천 일대에는 소방방재청이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데다 '중랑천 범람'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위기감이 높았다. 이후 중랑천 범람 얘기는 사라졌다. 서울시와 중랑구청이 2008년 마무리 지은 중랑천 일대 수해항구복구사업에 따라 마련된 펌프장 저류조 등이 본격 위력을 발휘한 까닭이다.

중랑구는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망우산 저류조를 새로 지었다. 폭우가 쏟아져 망우산에서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져 내리면 인근 주택가가 침수될 수밖에 없었다. 저류조 건립으로 빗물을 3만t가량 가뒀다가 폭우가 소강상태를 보이면 순차적으로 내려 보낼 수 있게 됐다. 중화2빗물펌프장과 면목펌프장도 신설 또는 증설했다.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이 지역의 빗물을 하수관을 통해 빨리 흘려 보낼 수 있게 됐다. 망우리고개를 넘어 면목천으로 집중되는 하수관로도 일부 분산시켜 빗물 쏠림 현상을 줄였다. 김성호 중랑구 수방담당 주무관은 "2001년 1만가구가 침수되는 등 폭우만 내리면 비 피해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며 "지속적으로 하수관과 우수관을 정비한 결과 이번 폭우에는 큰 소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도 양평동 대림동 등 상습 침수지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양평1빗물펌프장 증설 공사를 지난해 마쳤다. 현재 분당 4000t의 빗물을 퍼낼 수 있는 시설을 확보했다. 송만규 영등포구 치수방재과장은 "지난 4월부터 1주일에 두 번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하수관 정비 등 침수 방지 대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지난달 1000마력짜리 펌프 3대를 망원1빗물펌프장에 설치했다. 분당 우수 350t을 퍼낼 수 있는 장비로 30년 빈도 강우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김진수/박한신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