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원의 석연찮은 '발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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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28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선진화 방안'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8시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보도자료 배포와 브리핑을 취소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당초 26일로 일정이 잡혔다가 한 차례 연기했고,이번엔 아예 취소해 버린 배경이 석연치 않다. 이유를 묻자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폭우 기사도 많을 텐데,별로 주목을 끌지 못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무총리실이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민간위원의 사퇴로 '내홍'을 겪은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TF(태스크포스)가 내달 초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마당에 금감원이 일부 겹치는 내용을 언론에 먼저 내놓으면 '김이 샌다'는 것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제 저녁 퇴근한 뒤에 갑자기 금감원의 발표 얘기를 들었고,먼저 발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표 연기와 관련된 모든 일은 어젯밤에 벌어졌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유엔 입을 닫았다.
금감원이 내놓으려던 '검사 선진화 방안'엔 금융회사 이사회에서 금감원 간부가 검사결과를 브리핑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그 첫 사례로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국민은행 정기 이사회에 검사팀장을 보내 상반기 종합검사에서 드러난 과당경쟁 등의 문제점을 설명하겠다는 점도 명시했다.
그러나 검사 선진화 방안 발표가 취소되면서 브리핑 자체도 무산됐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검사 이후 제재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외이사들도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적발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사회 브리핑'이 첫 실행부터 좌절된 셈이다.
금감원 주변에서는 국민은행 등의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등은 "오전에 방안을 발표하고 오후에 바로 실행하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를 취소한 결정적인 이유가 총리실의 제동 때문이라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금감원의 조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국민은행의 로비에 영향을 받았다면 금감원의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
하지만 실제로는 국무총리실이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민간위원의 사퇴로 '내홍'을 겪은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TF(태스크포스)가 내달 초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마당에 금감원이 일부 겹치는 내용을 언론에 먼저 내놓으면 '김이 샌다'는 것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제 저녁 퇴근한 뒤에 갑자기 금감원의 발표 얘기를 들었고,먼저 발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표 연기와 관련된 모든 일은 어젯밤에 벌어졌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유엔 입을 닫았다.
금감원이 내놓으려던 '검사 선진화 방안'엔 금융회사 이사회에서 금감원 간부가 검사결과를 브리핑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그 첫 사례로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국민은행 정기 이사회에 검사팀장을 보내 상반기 종합검사에서 드러난 과당경쟁 등의 문제점을 설명하겠다는 점도 명시했다.
그러나 검사 선진화 방안 발표가 취소되면서 브리핑 자체도 무산됐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검사 이후 제재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외이사들도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적발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사회 브리핑'이 첫 실행부터 좌절된 셈이다.
금감원 주변에서는 국민은행 등의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등은 "오전에 방안을 발표하고 오후에 바로 실행하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를 취소한 결정적인 이유가 총리실의 제동 때문이라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금감원의 조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국민은행의 로비에 영향을 받았다면 금감원의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