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륙교가 놓이면 섬의 운명은 달라진다. 거가대교가 놓인 뒤 거제도가 그렇다. 부산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기에 기존 배편은 사라져 버렸다. 물살을 가르며 섬을 찾던 낭만은 옛 이야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거제도에서 배를 타면 아직 남은 비경을 만날 수 있다. 거제시에 속한 무인도 65개,유인도 10개 중 동백섬으로 유명한 지심도,천연동백림과 3000여종의 아열대 식물들로 유명한 외도(外島)가 그런 곳.이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내도(內島)다.

◆원시의 숨결 간직한 '섬 속의 섬'

거제도 동쪽 장승포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일운,지세포를 지나 와현 고개를 넘어서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두 개의 섬이 그림처럼 떠 있다. 바깥 쪽에 있는 큰 섬이 외도,그보다 안쪽의 작은 섬이 내도다. 내도는 여자섬,외도는 남자섬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가 내도를 향해 떠오는 것을 발견한 동네 여인이 "섬이 떠온다"고 소리치자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고 한다. 지금도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가 아스라이 보일 정도이니 그런 전설이 생길 법하다.

구조라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을 달렸을까. '거제 8경'의 하나인 공곶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질 즈음 오른편으로 섬 하나가 다가온다. 넓이 0.256㎢,해안선 길이 3.9㎞의 내도다. 거제도 본섬에 있는 공곶이와는 불과 300여m.물도 전기도 거제도에서 끌어다 쓴다.

내도 선착장에 내리자 상점과 펜션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민박집 네 곳을 빼면 이 섬에서 유일한 숙박시설이다. 거북이가 떠 있는 형상에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31m에 불과한 내도의 주민은 10가구에 15명이 전부다.

주민자치위원장 최철성 씨(55)가 섬 주변의 둘레길로 안내한다. 해변에서 섬 안으로 들어서자 곧장 울창한 숲이다. 쭉쭉 뻗은 편백과 거목이 된 동백,해송,천선과나무,대숲 등이 잇달아 나타나며 원시의 비경을 드러낸다. 마침 날씨가 좋아 수평선 너머 아스라이 대마도까지 보인다. 울창한 해송림 너머로 외도와 그 옆의 조그만 동도가 동그마니 떠 있다. 원시림의 비경에 넋을 잃고 걷노라니 야생 고라니들이 수시로 숲에서 펄쩍펄쩍 뛰어나와 놀라게 한다.

내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넉넉하다. 그만큼 자연도 사람도 여유롭다. 최 위원장은 "관광수입만 생각해 인공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내도 고유의 특성을 살려 차분히 생각하고 느끼며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내도를 보존하겠다"며 "그래야 다시 오고 싶은 섬으로 기억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거제 바다를 보는 전망대,구조라성

내도에서 나와 구조라성으로 향한다. 구조라항에 인접한 마을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자 대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대숲이 터널을 이룬 샛바람소릿길이 나온다. 80m가량의 대숲터널을 지나 산으로 오르다 구조라성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 언덕으로 오르니 '언덕바꿈공원'이다. 해바라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꽃을 심고 솟대를 세웠는데 언덕 끝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라항의 전망이 일품이다.

언덕에서 내려와 구조라성으로 오른다. 구조라성은 길이 860m,높이 4m,넓이 8235㎡로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전방 진지로 쌓은 성이다. 성 아래에 구조라마을이 있고 성 안에는 논과 밭,우물이 있다. 사방에 성문을 두고 성문 사이에는 성루를 세웠다는데 지금은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다. 성벽을 따라 천천히 걷노라니 왜적의 침입 때문에 고단했을 옛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다.


◆ 여행 팁

내도에 가려면 구조라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평일에는 하루 3회(구조라 출발 오전 9시,오후 1 · 6시),주말에는 하루 5회(오전 9 · 11시,오후 1 · 3 · 6시) 운항한다. 왕복 기준으로 성인 1만원,어린이 5000원.6인 이상이면 임시 운항도 가능하다. 마을에는 식당과 펜션,민박이 있다. 최철성 주민자치위원장 011-864-0028.연륙교를 따라 거제도의 서쪽 가조도에 있는 계도마을에 가면 마을 앞 바다 위에 숙박시설을 지은 해상콘도와 낚시데크를 이용할 수 있다. 가두리낚시,갯벌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거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