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답 있다…방송街에 부는 '복고 바람'
올 들어 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한국영화 '써니'(감독 강형철)의 감독 버전(디렉터스컷)이 28일 개봉됐다. 상영시간이 10분가량 늘었고 욕설 등 표현 수위가 높아졌다. '써니'는 지난 5월4일 개봉된 이래 3개월 가까이 상영하며 29일 현재 관람객이 715만명을 돌파했다. 1980년대 여고시절을 보낸 7명의 동창생이 25년 만에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10~2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호응이 높았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개봉 직후 40대 이상 예매율은 28%였지만 6주차에는 6%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멀티플렉스 CGV 관계자는 "주말에는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지만 평일 오전과 낮 시간대에는 중년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여고시절을 추억하며 봤다" "엄마와 함께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등의 감상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 씨는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색다른 코드를 만들어냈다"며 "중장년층은 자신의 청소년기 추억을 떠올리고 젊은층은 칠공주 중 한 명을 자기와 닮은 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뿐 아니다. 방송계에도 복고 열풍이 뜨겁다. 연초 리얼리티 쇼에 조영남과 송창식 등 통기타 세대 가수들의 사연이 화제가 된 후 1980~1990년대 노래를 부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tvN '쇼쇼쇼', Mnet '디렉터스 컷-거리의 악사'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송창의 CJ E&M 방송사업부문 본부장은 "매년 복고 열풍이 불었지만 올해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층의 마음까지 흔들어놨다"며 "복고풍은 소재가 많고 가공하기도 쉬워 방송 · 영화계의 중심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쇼쇼쇼'는 노래와 춤,개그가 어우러진 극장식 대형 쇼.아이돌 가수가 선배 가수와 함께 등장해 선배의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해 부른다. 선배 가수는 후배들의 퍼포먼스를 따라잡는 모습에서 진정성과 감동을 전달한다. '디렉터스 컷-거리의 악사'는 윤종신과 하림이 게스트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왕년의 히트곡들을 현재의 감성으로 부른다. 신구 세대 간 교감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1980~1990년대 명곡을 새롭게 해석한 노래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10~20대가 음원 구입에 나서면서 관련 음원들이 각종 차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불후의 명곡2'는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전.아이돌 스타 6명이 왕년의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부른다. 아이돌 스타가 편곡자와 가요계 선배 등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고 열풍은 최근 스포츠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XTM의 '라이벌 매치'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대학농구 전성기를 이끈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 선수들의 경기를 지난달 내보냈다. 연세대 출신 우지원,이상민,문경은과 고려대 출신 김병철,양희승,전희철 등이 주인공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케이블방송의 20~30대 남성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경기 중계와 함께 그들이 다시 뭉친 경위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3부작으로 방송됐다.

XTM은 여세를 몰아 한양대와 성균관대의 배구 라이벌 대결도 다음달 28일 오후 3시 방송한다. 선수들의 소집 · 훈련 및 뒷이야기는 다음달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3부작으로 방송한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복고풍은 대개 문화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심리에서 나오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소비 계층이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향유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