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런던 파리 도쿄 워싱턴DC 등 주요 여행지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도심의 쾌적한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색다른 '아트 바캉스'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어린이 · 청소년은 미술품 감상을 통해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어른들은 그림을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다.

◆제프 쿤스가 올해 최고 수상자 영예

영국 런던 시내 중심에 있는 왕립미술원에서는 243번째 여름 기획전 '로열 서머'전이 열리고 있다.

1769년부터 매년 공모전 형태로 진행되는 이 전시회에는 세계 각국 작가들의 응모작 1만1000여점 중 회화 판화 드로잉 조각 건축디자인 작품 1200점이 출품됐다. 출품작들은 전통적인 살롱 형태로 전시된다.

올해의 최고 수상자에는 제프 쿤스가 뽑혔다. 국내 조각가 권대훈 씨(39)는 조각 부문 독립상인 '잭 골드힐 어워드'를 수상했다. 광장에 서 있는 고독한 인간을 흑백톤으로 표현한 권씨의 조각은 일상 속 인간의 심리 상황을 빛과 채색을 통해 밀도 있게 형상화했다는 평을 들었다. 오는 15일까지.

◆음악으로 태어난 추상미술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최초의 근대 미술관 '필립스컬렉션'은 여름 기획전에 추상미술의 창시자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와 프랭크 스텔라(75)를 초대했다. 전시장을 '칸딘스키와 침묵의 조화' '스텔라 사운드'라는 2개의 섹션으로 꾸몄다.

작품의 공통점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화.최근 발견된 칸딘스키의 1913년작 '하얀 테두리가 있는 그림'과 스텔라의 '스칼라티 커크패트릭' 시리즈를 나란히 배치해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칸딘스키의 '하얀 테두리가 있는 그림'은 색채를 통해 내면의 욕구를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즉흥연주' '작곡'에서도 색을 펼치는 방법이 마치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은 감성이 돋보인다.

스텔라가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하프시코드 소나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조각품 8점도 나와 있다. 전시는 9월4일까지 이어진다.


◆인상파 수작들 한자리에

도쿄 국립신미술관에서는 워싱턴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워싱턴내셔널갤러리의 미술품 12만점 가운데 인상파 선구자 부댕을 비롯 마네,모네,르누아르,피사로,드가,세잔,고흐,고갱,쇠라 등 인상주의 작가들의 수작 83점을 골라 걸었다. 인상파의 발전과 후기인상파까지 회화 혁명의 커다란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성적 호기심과 정치적 이데올로기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클로드 카흔(1894~1954)의 대규모 회고전이 프랑스 파리 주드폼에서 열리고 있다.

18세 때부터 사진 작업을 시작한 카흔은 자신의 몸을 활용해 성(性) 같은 사회 금기 영역을 건드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에도 도전한 작가다. 그의 자화상 작품들은 상당수가 나치에 의해 분실되고 파손되면서 잊혀졌지만 몇몇 연구가들에 의해 빛을 보게 됐다.

카흔의 작품 중 '자화상' 시리즈는 유럽 미술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내달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변장과 미장센,퍼포먼스,이중 인화,포토 몽타주 등과 같은 메이킹 포토 작품 70여점이 걸렸다.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모더니즘의 젖줄 '소용돌이파'의 꿈

20세기 초 유럽 미술계를 강타한 '소용돌이파(Vorticism)'의 작품은 내달 4일까지 런던 테이트브리튼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소용돌이파'는 1912년 시작된 영국 유일의 아방가르드 미술사조다.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픽 장르로 1920~1930년대 디자인 혁명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미래파와 입체파를 혼합한 형태로 에즈라 파운드가 이름을 붙였다. 신기하학적 추상을 발전시켰고 기계주의에 대한 기대와 공포를 작품에 결합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윈덤 루이스,제이컵 엡스타인,헨리 고디어 브제스카의 작품이 소개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