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년 만에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참석해 글로벌 경쟁 기업 제품들을 꼼꼼히 뜯어봤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2시간 가량 전시회장을 돌며 반도체, 휴대폰, TV 등 삼성의 76개 품목 365개 제품과 분야별 세계 최고 기업의 180여개 제품 성능을 살펴봤다. 이 자리에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부회장, 이재용 사장 등이 함께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애플, 노키아, 소니, 엘피다, 도시바, HP 등의 제품들이 분석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전시회를 둘러본 뒤 "소프트웨어의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부품 수를 줄이고, 가볍고, 안전하게 만드는 등 하드웨어도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소프트 기술과 하드 기술의 조화가 제품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라며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특허 확보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는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삼성과 일류 기업의 제품 및 기술력 차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열어온 행사다. 이 회장이 이 행사에 불참한 것은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09년이 유일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기능이나 성능을 비교하는 차원이 아니다"며 "제품을 완전히 분해해 어떤 부품이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고, 원가는 어떻게 되는 지 알아보는 등 치밀하게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과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만이 참석하고 삼성 직원이라 할지라도 내부 출입 시에는 휴대폰, 카메라는 물론 정보를 적을 수 있는 노트까지도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