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20~30년을 보내려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까? 은퇴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가늠하는 일은 은퇴설계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은퇴 준비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필요자금 규모를 놓고 전문가들도 논란이 없지 않다. 2억~3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1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딱히 얼마라고 얘기하기에는 개인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다. 삶에 대한 가치관부터 은퇴 이전 생활수준 연령 등에 따라 필요한 자금 규모는 제각각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 '몇억원'을 쉽게 얘기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과연 1억원이라는 돈이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인지 상상하는 게 쉽지 않다. 은퇴자가 1억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필요자금 규모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1억원으로 연금상품에 가입해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일시납 연금상품이다. 목돈을 한꺼번에 맡긴 뒤 그 다음달부터 연금을 탈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은퇴 후에는 월금과 같이 매달 통장으로 입금되는 현금흐름의 소득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60세인 남편과 58세인 부인이 부부형 일시납 연금보험 상품(20년 지급보증,예정이율 4.7% 지속 가정시)에 가입한다면 부부가 함께 살아있는 동안은 매달 약 43만원,배우자 사망 후 홀로 남은 시기에는 약 3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해 매월 일정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매달 납입 금액의 0.6%씩 분배금을 지급하는 펀드 상품에 투자했다면 매월 60만원을 받게 된다. 분배율은 펀드와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정기예금처럼 확정된 수익이 결코 아니다. 투자한 주식이나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투자원금에서 차감해 일단 정해진 분배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나중에 원금을 다 못 받거나 분배가 중단될 수도 있다.

1억원을 의료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암 당뇨 치매 등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게 되면 상당한 의료비를 지출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많지 않다. 하지만 향후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로 본인 부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억원이라는 돈으로 남편과 부인의 의료비를 충분하게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1억원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노후생활을 충분하게 보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은퇴에 필요한 비용을 엄밀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부부 생활비,배우자 사망 후 10여년간의 홀로 생활비,남편과 부인의 간병비용 등을 비롯해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 상속세,취미 생활용 자금 등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없이 막연하게 지내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자금 설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