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을 달구고 있는 인터넷 기업의 회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상당수 기업들이 일반회계원칙(GAAP)을 벗어난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어서다. 실적과 재무 상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미국 월가에서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증시 상장을 신청한 그루폰의 회계장부를 재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9월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상장을 추진 중인 그루폰은 세계 최대 온라인 할인쿠폰 업체로,하반기 미국 IPO 시장의 '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그루폰이 이익을 계산할 때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조정결합영업이익(조정이익)'이란 개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루폰은 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서 조정이익 방식으로 지난 1분기 816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GAAP 기준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이 기간 9800만달러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펀드매니저인 벤 스트루벨은 "GAAP 이외 방식으로 회계처리하는 기업들은 종종 있지만 그루폰처럼 이익을 계산하는 건 난생 처음 본다"며 "그루폰이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루폰은 최근 SEC에 수정본을 제출하고 "투자자들이 현금유입 순손실 등 전통적인 재무지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지만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WSJ는 그루폰 외에도 상당수 인터넷 기업들이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편법 회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미국의 인기 소셜게임 업체 징가는 가상물품과 광고를 판매하는 즉시 수입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상장한 인터넷 라디오업체 판도라미디어는 당초 신청서에서 청취시간과 회원 수를 핵심 지표라고 주장했다가 SEC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