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부부처가 예산을 국회 확정안 대로 쓰지 않고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처는 작년에만 예산 관리 소홀로 수백억원대의 환차손을 냈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0회계연도 결산중점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45개 부처가 980개 사업의 예산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였다.

고용노동부는 고령자 및 여성 고용 촉진 컨설팅 사업으로 국회가 작년에 증액 배정한 33억6000만원의 집행이 어려워지자 이 예산의 95.6%인 32억1100만원을 고령자고용촉진장려금과 육아휴직장려금으로 전용했다.

국방부는 16개 사업에 쓰라고 국회가 정부 요구보다 늘려준 1625억원의 예산을 군 사고처리 배상금과 군 비행장 소음피해 배상금으로 썼다. 방위사업청 역시 지휘기 사업 등에 사용될 383억원의 증액 예산 중 절반이 넘는 216억원을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 등에 이 · 전용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산을 이 · 전용하는 건 불법은 아니지만,국방부처럼 당초 예산을 늘려준 이유가 청해부대 파병 수당을 더 주고 군인들의 냉 · 난방비 사업에 쓰라는 것이었는데 배상금 등으로 사용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재정법이 금지하고 있는 예산 배정 시 목적 외로 예산을 쓴 경우도 있었다. 외교통상부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53억6300만원을 작년에 예비비에서 배정받았으며,국방부는 참수리-357호정의 모형을 만들기 위해 다른 예산을 빼 31억2300만원을 썼다.

외화 예산의 경우 관리 소홀로 환차손을 입은 부처도 있다. 국방부는 작년 외화 예산으로 9억768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1조1000억원)를 받았는데,이 중 환율 차이로 무려 210억17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