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3대 특명 "소프트 기술ㆍS급 인재ㆍ특허 악착 같이 확보하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프트 기술과 S급 인재,특허를 서둘러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둘러본 뒤 전자 계열사 사장단에게 "(이 세 가지는) 5년,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는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글로벌 기업 제품과 기술력을 비교,월드베스트 제품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올해는 67개 품목,356개 모델을 정밀 분석했다.

◆스마트폰 · 태블릿PC 중점 점검

이 회장은 오전 9시20분께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에 도착,곧바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장으로 향했다.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재용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동행했다. 그는 두 시간여에 걸쳐 TV 부스를 시작으로 휴대폰 태블릿PC 카메라 프린터 LCD패널 메모리반도체 시스템LSI PC 디자인 등 부스를 돌아봤다.

가장 관심 깊게 둘러본 곳은 휴대폰 · 태블릿PC 부스.다른 부스와 달리 이곳에서 이 회장은 의자에 앉아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에게 갤럭시S · 갤럭시 패드와 경쟁사 제품과의 성능 차이를 세세하게 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란 점에서 이 회장이 큰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이 회장은 20여명의 사장단과 함께 '강평'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소프트기술,S급 인재,특허 확보를 삼성이 당면한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소프트 기술과 관련,"소프트웨어와 디자인,서비스 등 소프트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 수를 줄이고,가볍고,안전하게 만드는 것 등 하드웨어도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확보를 위해선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라며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조화 강조

이 회장 발언은 "하드웨어 기술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야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TV와 반도체,휴대폰 등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과 함께 소프트 파워를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과 경쟁구도를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때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을 모아라'고 강조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애플에 뒤지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다. '기술,특허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언급은 애플,오스람 등과의 특허분쟁에 대비하고 경쟁사의 기술 추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회장 주문에 따라 삼성은 앞으로 인재 · 특허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