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었더니 전통주 수천억 시장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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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촌경제硏 선임 연구위원,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자율경쟁'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다양한 홍삼,막걸리,전통주 시장은 없었을 겁니다. "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56 · 사진)은 "농산물 가공품 시장 급성장의 비결은 규제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은 올해 규제개혁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뽑혀 29일 김황식 국무총리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규제개혁 공로를 인정받아 동백장을 받은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 위원이 규제개혁 연구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93년 안동소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부터다. 그는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엔 제조공법이나 맛은 세계 어느 술 못지않은데 생산 · 판매 · 유통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간섭하고 있어 명맥을 잇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98년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식품 분야 법령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수십년도 넘은 규제들이 시장을 옥죄고 있었다. 연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판단,제도개선을 위해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지렁이와 곤충을 '가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니까 담당 공무원이 '장난치냐'고 묻더라고요. 전통주 규제를 풀자고 했더니 '나라를 술독에 빠트릴 셈이냐'고 욕도 많이 먹었죠."
'장난'이 아닌 것은 10여년이 지나고야 입증됐다. 곤충산업 종사자에게 농가와 같은 혜택을 주자 '천적곤충' 등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재 시장규모는 어림잡아도 1000억원이다. 최근엔 동부그룹이 진출을 선언했다. 2000년에는 '복분자는 한약재라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규제를 허물었다. 지금은 동네 식당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복분자 술'이 이렇게 탄생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도 2004년 이 위원의 제안으로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이 가능한 싸구려 술'이었다. 올초엔 숙원이었던 맥주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맥주제조업 허가를 받으려면 이전엔 1850㎘짜리 저장고가 필요했지만 이를 100㎘로 조정한 것."지구상엔 2만여종의 맥주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2개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죠.앞으로는 인삼맥주,오미자맥주 등 지역맥주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
이 위원은 최근엔 농촌과 도시의 융합에 힘쓰고 있다. "농촌이 살려면 2 · 3차 산업과의 융 · 복합이 필수고 그러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도시민들도 농촌에 땅을 사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 그는 농촌 사람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얻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가난한 시골에서 고추 팔아 공부시켜 주신 어머니에 대한 보답을 조금이나마 한 것 같습니다. 수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저에게는 돈 한푼 안 돌아오죠.그래도 뿌듯합니다. "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56 · 사진)은 "농산물 가공품 시장 급성장의 비결은 규제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은 올해 규제개혁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뽑혀 29일 김황식 국무총리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규제개혁 공로를 인정받아 동백장을 받은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 위원이 규제개혁 연구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93년 안동소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부터다. 그는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엔 제조공법이나 맛은 세계 어느 술 못지않은데 생산 · 판매 · 유통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간섭하고 있어 명맥을 잇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98년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식품 분야 법령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수십년도 넘은 규제들이 시장을 옥죄고 있었다. 연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판단,제도개선을 위해 발벗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지렁이와 곤충을 '가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니까 담당 공무원이 '장난치냐'고 묻더라고요. 전통주 규제를 풀자고 했더니 '나라를 술독에 빠트릴 셈이냐'고 욕도 많이 먹었죠."
'장난'이 아닌 것은 10여년이 지나고야 입증됐다. 곤충산업 종사자에게 농가와 같은 혜택을 주자 '천적곤충' 등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재 시장규모는 어림잡아도 1000억원이다. 최근엔 동부그룹이 진출을 선언했다. 2000년에는 '복분자는 한약재라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규제를 허물었다. 지금은 동네 식당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복분자 술'이 이렇게 탄생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도 2004년 이 위원의 제안으로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지역 내에서만 유통이 가능한 싸구려 술'이었다. 올초엔 숙원이었던 맥주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맥주제조업 허가를 받으려면 이전엔 1850㎘짜리 저장고가 필요했지만 이를 100㎘로 조정한 것."지구상엔 2만여종의 맥주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2개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죠.앞으로는 인삼맥주,오미자맥주 등 지역맥주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
이 위원은 최근엔 농촌과 도시의 융합에 힘쓰고 있다. "농촌이 살려면 2 · 3차 산업과의 융 · 복합이 필수고 그러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도시민들도 농촌에 땅을 사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 그는 농촌 사람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얻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가난한 시골에서 고추 팔아 공부시켜 주신 어머니에 대한 보답을 조금이나마 한 것 같습니다. 수천억원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저에게는 돈 한푼 안 돌아오죠.그래도 뿌듯합니다. "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