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에 최근 완공된 분양가 27억~52억원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이수만 · 인순이 씨 등 유명인들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이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은 없다.

상위 1% VVIP를 위한 주거시설인 만큼 정상급 연예인들도 관심을 갖고 모델하우스를 방문한다.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고 모두 계약을 맺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연예인 ○○이 어디 아파트를 샀다더라"는 말을 퍼트린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이런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다. 모델하우스 한 번 둘러본 연예인이 매수자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분양업체가 굳이 이를 바로 잡을 이유는 없다. 홍보 효과가 짭짤해서다.

고급 주택 마케팅에는 연예인을 동원한 '스타 마케팅'이 종종 등장한다. 일부 업체들은 연예인이 자사 상품을 사들였거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흘린다. 여러 번의 광고보다 신문에 보도되는 것이 홍보 효과가 커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들은 가격을 협상할 때 당당하게 할인을 요구한다. 고급주택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가격 할인을 요구하지 않는 연예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연예인들은 자신이 매입했다는 사실 자체로 시행사가 혜택을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이드 Story] 스타 연예인 '왕림' 대환영…아이돌은 '사절'
40대 개그우먼 L씨,모델 L씨,탤런트 C씨 등은 고급주택 마케팅 업체들 입장에서 반가운 손님들이다. 이들은 고급빌라 모델하우스에 자주 몰려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집을 사지는 않지만 모델하우스에 나타나 바람잡이 역할을 해줘 속으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에서는 유명 연예인 사인회가 흔하게 열린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이 있듯이 고객이 상품을 보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모델하우스 연예인 사인회는 방문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 마케팅이 지나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예인을 한 단계 낮게 보는 자산가들이 이웃이 되기를 꺼려서다. 아이돌 스타들은 극도로 기피한다는 전언이다. 소녀 팬들이 밤낮 없이 집 근처에 몰려들면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