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 증시는 대외 변수에 크게 휘둘릴 전망이다. 미국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여부가 달린 대형 이벤트가 사흘 앞으로 다가와서다.

의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미국이 실제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대 혼돈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증시 전문가 상당수는 디폴트 여부가 결정될 미국 의회의 채무한도 조정이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번 그리스 사태와 같이 모두가 파국을 맞는 극한 상황은 피할 것이란 기대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문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해결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현실적으로 보면 부채한도 증액을 1년 연장하고 다시 연장하자는 공화당과 18개월 연장하자는 민주당 안 사이에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며 "파국으로 갈 경우 정치적 책임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시한을 좀 넘기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 방안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정치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 뒤의 일이다. 미국 디폴트란 최악의 고비를 넘기면 증시는 반짝 '안도랠리'를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근본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줄여 나가야 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이 앞으로 10년간 4조달러 이상 재정적자 삭감을 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할 수 있다고 여러번 경고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 정치권은 2조달러 감축이란 임시 방편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삭감이 신용평가사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하며, 이 경우 증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정부는 12차례의 국가 채무산도 증액을 결정했고, 그때마다 예외 없이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부채한도 증액 뒤 달러화 강세가 예상돼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는 곧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기피로 이어져, 주식시장의 수급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채무한도 협상이 타결된 뒤에는 거시 경제지표에 관심이 커질 것인데, 고용이나 내구재 주문 등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 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IBK투자증권은 이를 근거로 8월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코스피지수가 2050~2200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사태와 같이 미국의 디폴트 문제도 봉합이 되고 난 뒤에는 증시가 우상향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많다.

배성영 연구원은 "한국기업의 절대적 이익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정상화 과정을 거친다면 이익 모멘텀 둔화에도 불구하고 증시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배 연구원은 "업종 대표주에 대한 분할ㆍ저가매수 전략은 유효하다. 중국의 내수소비 성장과 원화 강세를 고려해 내수주와 원화 강세 수혜주도 좋아 보인다"고 했다.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있다. 이승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1979년에도 미국이 이번과 비슷한 디폴트를 경험한 바 있다"며 "당시 미 연방정부의 디폴트 선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5% 내외의 단기 조정에 그쳤고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디폴트가 장기화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이번에도 있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디폴트 선언은 '기술적' 디폴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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