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메세나, 예술한국 키웠다] (2) 클래식 등용문 '금호 콘서트'…음악영재 1000명 발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잘 치는데 회장님이 들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그립죠.보고 싶어요. "

지난달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고 돌아온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25)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금전적인 게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음악을 정말 좋아했고,음악가를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

1998년 금호 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손열음을 눈여겨본 박 회장은 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열음이 콩쿠르에 출전할 때마다 "박수부대로 직접 가서 응원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당시 집무실에 있던 피아노를 내주기도 했다. 2003년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이 한국에 왔을 때는 손열음을 소개하기 위한 만찬과 오디션을 주선,이듬해 뉴욕 필 내한공연 때 손열음을 협연자로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 손열음은 그동안 오벌린국제콩쿠르,에틀링겐국제콩쿠르,비오티국제콩쿠르,루빈스타인국제콩쿠르,반클라이번국제피아노콩쿠르 등 세계 무대를 휩쓸었고,지난달에는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또 한번 한국 음악계를 환호하게 만든 클래식 스타가 됐다.

1977년 11월29일 창립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은 당시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억원을 출자한 장학재단으로 출발했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1990년 한국 최초의 직업 실내악단 '금호현악 4중주단'을 창단했고 1998년부터 음악 영재 발굴에 나섰다. 문화재단 사업예산은 연간 60억원.이 중 영재지원 사업에 약 2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음악가 발굴에 앞장선 박 회장이 박수부대로 나서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메세나로 자리잡았다.

'금호 콘서트'는 대표적인 '클래식 등용문'이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하는 '금호 영재''금호 영아티스트''금호 영체임버' 등 세 개의 콘서트 오디션을 통해 영재들을 발굴해왔다. 지금까지 발굴한 음악 영재만 1000명이 넘는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음악성과 장래성,한 시간 이상의 독주회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클래식 음악계의 권위 있는 심사위원이 나서며 이를 통해 선발된 연주자들은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시리즈''금호영체임버콘서트시리즈'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음악 영재는 김규연,김선욱,손열음,조성진(피아노),김혜진,권혁주,신현수,윤소영,이유라,레이첼 리,장유진,최예은(바이올린),이정란,이상은(첼로),성민제(더블 베이스) 등 주목받는 젊은 음악인들이다.

'금호 영 뮤지션 매너스 스쿨'도 주목받고 있다. 음악도들이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기관리법을 가르치는 것.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프로필 작성법,사진 촬영 노하우는 물론 무대 매너,무대 화장법,헤어스타일 관리법,테이블 매너 등 실용적인 강의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세계 어느 무대에 서게 됐을 때도 자신감을 갖고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재단이 운영하는 공연장도 클래식에 특화돼 있다. 2000년 개관한 39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은 개관 이래 '금요시리즈'부터 '아름다운 목요일'까지 간판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관계자는 "초대권 없는 100% 유료 연주회로 올바른 클래식 감상 문화 정착에 힘쓰며 2만~3만원의 합리적인 관람료로 클래식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음악 영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LG그룹은 2009년부터 연 5억원을 투입해 음악영재에게 실내악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LG사랑의 음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음악영재 15명을 선발해 2년간 지원한다.

LG생활건강 역시 2009년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LG생활건강 유스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서울 로얄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력해 지금까지 70여명의 학생들이 국내 교수진과 미국 줄리아드음대 음악가에게 집중 교육을 받았다.

[기업 메세나, 예술한국 키웠다] (2) 클래식 등용문 '금호 콘서트'…음악영재 1000명 발굴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