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공모' 폐지 전에…기업들 '막차타기' 봇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네프로아이티 사태' 이후 8개社·9건 시행
소액공모 업체 절반 '퇴출'…투자 신중해야
소액공모 업체 절반 '퇴출'…투자 신중해야
10억원 미만 소액공모가 '밀어내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네프로아이티의 소액공모 청약증거금 횡령 사건 이후 금융당국이 소액공모제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이 서둘러 자금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액공모를 실시하는 기업 상당수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네프로 사태'이후에만 9건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프로아이티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일 이후 8개 상장사가 9건의 소액공모를 실시했거나 곧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7월 들어 20일까지 시행된 소액공모(9건)와 같은 건수다. 이 기간 중 어울림정보기술과 터보테크가 일반청약자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 소액공모를 실시했다. 어울림정보기술은 2건(7억원),터보테크는 6건(10억2000만원)의 청약이 각각 이뤄졌다.
한림창업투자 허메스홀딩스 헤스본은 기명식 보통주에 대한 일반청약을 7월 말 실시했다. CB 소액공모를 최근 실시한 터보테크는 기명식 보통주 192만3000주에 대한 일반청약도 1~2일 진행할 계획이다. 29일부터 기명식 보통주 소액공모 일반청약에 들어간 이엔쓰리 폴리플러스는 1일까지 청약을 진행한다. 클라스타도 1~2일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 들어 월별 소액공모 규모는 많게는 20건(1월),적게는 13건(2 · 5월)이 이뤄졌다. 월별 소액공모 평균 시행 건수는 16건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소액공모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네프로아이티 사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사에 대해서는 소액공모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들이 소액공모 '막차 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액공모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다.
◆상당수가 한계기업,투자 유의 필요
2009년 소액공모를 진행한 코스닥 기업은 219개에 이른다. 1년 반이 지난 7월20일 현재 55.2%인 121개가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최종 상장폐지 판정을 받고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7개 기업까지 합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19개,'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도 13개였다.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는 종목은 58개로 전체의 26.4%에 불과한 상황이다.
최근 소액공모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의 사정도 썩 좋지는 않다. 휴대폰용 안테나 도금사업과 바코드 및 태그인쇄사업을 벌이고 있는 클라스타는 전방산업 부진과 영세업체 난립에 따른 경쟁 심화로 지난해 1분기 11억여원이던 매출이 지난 1분기에 3억여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벤처기업협회 회장사를 역임하며 '벤처업계의 신화'로 인식돼왔던 터보테크는 금융위기 이후 2008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영업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와이브로 기반의 장비제조업체인 허메스홀딩스는 횡령 및 지급보증 손실 등에 따른 결손금 증가로 한때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3분기 말에 가까스로 해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문턱'에 몰린 한계기업 입장에서는 소액공모가 '생명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단 시도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투자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