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주 '8 · 5 근무시간제'를 제안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자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뒤 유연근무 신청서를 작성,인사과장에게 건넸다. 박 장관은 '1호 유연근무 장관'이란 닉네임을 갖게 됐다.

박 장관이 현재 '9 · 6제'인 공무원 근무시간을 '8 · 5제'로 바꾸자고 하고 본인부터 나선 이유는 뭘까. 박 장관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뭔가 '눈에 보이는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사실 내수 활성화는 2000년대 들어 취임한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장관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정책이다. 각 장관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간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손에 잡히는 뭔가'가 없기 때문이다.

박 장관이 '8 · 5제'를 제시한 것은 삼성그룹이 '7 · 4제'를 도입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삼성그룹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강조한 후 근무시간을 7시 출근,4시 퇴근으로 변경했다. 삼성 관계자는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뭔가 충격적인 게 필요했다"고 '7 · 4제'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 출신인 박 장관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 존 코터 교수의 경영이론을 참고했을 수도 있다. 코터 교수는 리더들이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면 6개월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기적 비전만 있다면 시간이 오래 흘러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결국 이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 장관이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물가안정의 첫 성적표가 1일 나온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이날 발표된다. 소비자물가는 1월 4%대에 진입한 후 6월 4.4%까지 6개월 연속 4%를 웃돌았다. 4%는 한국은행이 재정부와 협의해 만든 중기 물가안정목표치(3±1%)의 상단이다. 소비자물가가 반년이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는 것은 정부와 한은 모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3%대로 내려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장마와 폭우 등으로 농수산물값이 불안했다는 게 이 같은 관측의 배경이다.

정부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여는데 어디서 열지가 관심이다. 폭우 이후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현장'에서 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장소는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다.

대표적 실물지표 중 하나인 수출입동향 7월치는 1일 발표된다. 수출은 매달 늘긴 하지만 최근 들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6월 증가율은 13.6%로 3월 28.8%,4월 23.6%,5월 2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수출 증가율 둔화는 2분기 성장률 쇼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기저효과가 마무리되고 있어 증가율이 상승세로 반전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2일 공표하는 7월 말 외환보유액은 6월 말에 비해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원 · 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7월 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속도 조절을 위한 미세조정 차원이어서 외환보유액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6월 말 외환보유액은 3045억달러였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