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그리드로 전력대란 끝내야
올여름 역시 전력수급 문제로 인한 전력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전력 생산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여름뿐만 아니라 올해 1월 혹한으로 인해 겨울에도 난방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반복된 바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 전력수요 기록은 이제 '반기마다' 경신되고 있는 셈이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날로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로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이로 인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배출된다. 지구온난화는 극지의 빙하를 빠른 속도로 녹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구의 평균기온은 해마다 높아져 결국 다시 냉방기기에 의존하고,전력수요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미 전기 소비자들은 전기의 편리함,혜택을 몸으로 체득했다. 경제 성장이 계속돼 '삶의 질'이 개선될수록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시적 전력수요 최고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는 것은 오히려 악순환을 가속화할 뿐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똑똑한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를 대안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화석연료가 아닌 청정 에너지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는 건,스마트그리드 시대로 가는 첫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발전량이 적어 수요가 집중된 지역 인근에 건설되는 만큼,발전의 분산화가 이뤄지므로 현재와 같은 중앙 통제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를 똑똑하게 관리 ·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스마트그리드 시대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수요에 공급을 맞추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능동적으로 진보된 개념이다. 광범위하게 산재돼 있는 수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이에 맞도록 작게는 절전에서부터 많게는 에너지의 저장,자가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발전체계는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추가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기존 전력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는 만큼 스마트그리드 시대가 안정적으로 도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이는 단순히 '전력과 IT의 기계적 컨버전스'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정부는 물론 일반 수요자인 민간과 기업,학계 등이 함께 현 전력체계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초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스마트그리드 사업 활성화 계획'과 함께 오는 11월 발효되는 '스마트그리드 촉진법'은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방증이다. 이제는 단순히 연구 · 개발(R&D) 지원이나 실증단지 수준을 넘어 기기 보급,인프라 구축,표준화 등 스마트그리드라는 새로운 산업을 형성,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민간 부문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전기의 중요성을 깨닫고,지금부터라도 '능동적인 전력 수요자'로서 에너지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인식을 갖추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학계는 전기,통신,건축,에너지 등을 망라하는 다양하고 종합적인 교육을 받은 '컨버전스형 인재'를 적극 육성해,해마다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에 필요한 인재 양성의 요람이 돼야 할 것이다.

공은 다시 우리 인류에게 넘어왔다. 해마다 반복되는,'전력대란'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청정 녹색지구를 만들어갈 중차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다시 시작이다.

구자균 <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 객원논설위원 /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 >